「여사원정년 55세」판례가 큰 수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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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성 신교육1백년」을 맞은 올해의 국내여성계는「말뿐」이라는 비판도 적잖았던 여성운동의 목표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노력들이 돋보인 한해였다. 취업기회의 평등을 보장받기 위한 다각적 활동으로 마침내 이경숙양의 교통사고피해보상 재판에서 「여사원의 정년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55세」라는 판례를 남기게 된것이 바로 그런 예. 또 가족법개정안이 마침내 국회에 제출되어 여성계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가족법개정운동이 결실의 단계에 가까왔다는 기대에 부풀게 했고 제6차5개년계획에 유례없는 여성개발부문이 포함되는 개가도 올렸다.
새해부터 시작되는 6차5개년 계획중 보사부가 발표한 여성개발부문의 내용은 현행가족법을 완전한 남녀평등이 보장되게끔 보장하고 직장유아원설치·시간제 취업직종 개발등 여성들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종합대책.
여성들의 취업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더욱 고조된 올해는 이와 관련된 일들도 많았다.
지난가을 취직이 안되는 것을 비관한 두 여대생의 자살은 나날이 가열되는 대졸여성들의 취직걱정을 실감케한 사건. 여성취업평등에 관한학술토론회 및 세미나가 잇따라 열렸고 올해 1백주년을 맞은 이대의 학술심포지엄에서도 「바람직한 여성상」이 전통적 의미의 현모양처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즉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사회발전에 공헌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현대여성상을 제시한 것.
이 같은 여성계의 분위기는 각 분야에 반영되어 노동부는 지난3월 전국 1백인 이상의 사업장 6천7백66곳의 취업규칙을 심사하여 여성의 결혼 퇴직규정을 삭제토록 명령했다.
「25세 여성조기정년제 철폐를 위한 여성단체연합회」와「여성차별정년 무효소송후원회」를 주축으로한 여성들의 조기정연철페운동도 이경숙양 사건에서 여성의 정년도 55세라는 판결을 받아내고 전화교환원 김영희씨 재판사건을 중심으로「여성차별정년 소송기록집」을 펴내는등 매우 활기.
비록 정기국회에서 토의되지도 못했을망정 가족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현행 가족법의 문제점과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교양·취미·기능 및 기술중심의 프로그램 일변도이던 여성단체들이 여성학대·여성취업·전통문화등 나름의 특수하고 전문적인 사업목표나 주제를 가지고 보다 구체적으로 활동하는 경향과 함께 평범한 주부들의 진솔한 생활모습과 감정이 담긴 연극을 공연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실은 간행물을 펴내는 예도 부쩍 늘었다.
한편 사회적으로 상당한 충격과 파문을 일으킨 「부천서성고문사건」과 TV시청료 거부운동에 여성계가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참여한 것은 사회문제에 대한 여성들의 시각과 활동범위가 한층 넓어진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 소비자계에서 가장 큰 사건은 소비자보호법이 제131차 정기국회에서 개정된 것. 약 7년만에 개정된 이 법은 반관반민의 소비자보호원 설립을 주 내용으로 하고있어 그간 소비자보호운동을 이끌어왔던 민간단체들의 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반면 같은 회기에 통과된「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소비자보호단체들이 올린개가. 근래들어 소비자고발이유형의 상품에서 무형의 상품으로 바뀌면서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었던 것. 그러나 소비자들의 심한 불만을 사고 있는 방문판매등 영업장소 이외에서 체결한 할부판매계약에 대한「소비자신용법안」 은 결국 국회제출이 중지됨으로써 다시숙제로 남게됐다.
한편 소비자단체들은 금년에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나갔다. 소비자단체들이 주력한 운동의 방향은 과소비에서 야기된 소비절약과 수입상품으로부터의 소비자보호.
특히 제3세계로 밀려오는 선진국의 불량상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관계당국및 사업자에게 건의·시정요구를 한것은 새로운 소비자보호운동 방향을 제시한 이정표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비자단체의 부정확한 정보와 성급한 행동이 더러 말썽을 빚기도해 보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홍은희·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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