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기독교단도 「사회참여」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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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보수노선의 기독교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제3차 정기총회 (15일·서울 신촌 성결교회)를 계기로 적극적인「사회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다.
『소수 정치인들의 집권욕 때문에 정치 합리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가진자」들은 치부를 외해 청소년들의 도덕적 타락까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기주의적인 지도자들의 욕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냉소주의에 빠져있다L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총회에서 손봉호교수(서울대)는 총회 주제강연을 통해 오늘의 정치·사회현실을 이같이 비판하면서 이어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진단하고 참된 민주주의 실현만이 공산주의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회 참석자들은 『오늘의 교회는 예수구원의 소식을 전하면서 약한자, 가난한 자, 억울한 자들을 돕고 권력의 집중을 막는데 힘써야 한다』는 손교수의 교회 사명논에 전적으로 공감, 더 이상 침묵을 지키는 것은 오히려 사회안정과 평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전향적인 대사회적 자세를 보였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KEF· 회장 정진경목사) 는 기독교교회협의희 (NCC) 와 같은 교단별 가입이 아닌 보수적 성향의 개인별 참여로 지난 서년 창립돼 현재 1백여명의 기독교계 지도급 목사들이 가입, 활동하고 있다.
KEF는 인천사대 직후인 지난 5월12일 『현시국에 관한 복음주의자들의 제언』 이란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회참여의 목소리를 높여왔고, 이번 정기총회에서는 지금까지의 대사회 발언들을 모은 『복음의 소리』(제1집)를 간행, 배포했다.『복음의 소리』는 곧 제2집을 내고 앞으로도 계속 발간할 예정.
KEF는 흔히 기독교의대표적 사회 참여 세력으로 알려진 NCC와는 전혀 다른 근본주의·복음주의 신학 노선을 따르는 보수세력의 하나로 성경적 복음증거와 성결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KEF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로의 전향은 전혀 새로운「진보노선」의 수용일뿐만 아니라 교계의 주목을 모으는 큰 변화이기도하다.
사회참여 방법론에서는『교회가 정치적 세력 집단화하는 것은 본분을 이탈하는 잘못』이라고 밝히며 『일부종교인들이 도덕적 감화와 설득이 아닌 물리적 힘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히려 무질서와 혼란에 가세하는 과오』 라고 비판,NCC의 사회참여 방법론을 배격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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