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대금 제때 못 받아 급전 쓴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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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우개발이 끝내 법정관리에 넘어가게된 직접적인 원인은 전쟁중인 이라크에서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때문.
이라크에서 현대·남광토건 등과 함께 콘소시엄을 형성, 철도공사를 하고 있는 정우개발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다가 6개월전 1백70억원 상당의 어음을 겨우 받았다.
정우개발은 정부당국에 이라크 발행어음의 국내할인을 요청했으나 부실건설회사 뒤치다꺼리로 경영압박이 심해진 상업은행(주거래은행)은 더 이상 부실채권을 안을 수 없다고 극력반대, 단자시장에서 고리의 단기자금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거기에다 민석원 회장이 고혈압으로 쓰러지는 등 건강이 나빠져 기업경영의 악화를 부채질 한셈.
이같은 상황에서 제2금융권에 빠져 들다보니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경영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비즈니스, 특히 건설업의 내부를 잘 모르는 아마추어들이 경영진에 대거 영입되어 「의욕」으로 회사를 운영해온 탓으로 보는 이가 많다.
최근 막판에는 제2금융권에서 돌리는 어음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법정관리에 넘겨서라도 일단파산은 막아보자는 취지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정부측은 단자회사들에 대해 어음을 돌리지 말고 정우개발을 살리는 쪽으로 노력해 달라고 주문까지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개발의 민석원 회장은 육사11기생이며 현 임원진 가운데 상당수가 군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가 되면 일단 이같은 부채의 상환, 이자지급등이 모두 동결된다.
법원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지급된다.
회사가 경영능력을 회복해 가면서 은행의 저당 등 큼직한 빚부터 갚아나가는데 법원결정에 따라 약자보호라는 측면에서 임금·퇴직금·하청대금 등을 우선적으로 갚게된다.
상장기업인 경우 법정관리가 되면 주식매매가 중지된다.
지금까지의 부실기업정리에서는 은행이 모든 부채를 떠 안았다. 그 결과 은행은 더욱 부실해 졌는데 이번에 은행이 안은 부채가 적었다는 점도 법정관리를 선택하게한 한 원인이 된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문제가 생기면 어음을 돌려 은행에 모두 떠넘겼는데 이번에는 단자사들이 막대한 부채를 떠 안고 책임을 지게 생겼다.
법정관리라는 임시변통으로 일단 불은 끈 셈인데 정우개발이 되살아 날수 있을까.
한때 여러가지 이유로 상당한 힘을 발휘하던 민석원 회장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갱생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법정관리로 되살아난 확률은 5%이하고 우리나라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데 더구나 건설회사는 자산이 적기 때문에 더욱 불리하다.
주인이 사장자리에 앉아 진두 지휘해야만 정상경영을 할 수 있는 것이 건설회사의 풍토인데 은행이 맡아서 과연 어느 정도 해낼 수 있겠느냐하는 것이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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