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의 임금정책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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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졸 초임의 동결과 임금격차 축소를 골자로 한 노동부의 「87년도 임금지도 지침」이 발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임금문제에 관한한 우리는 언제나 건전한 노사협의와 민간의 자율적 합의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때문에 정부개입이나 가이드라인의 설정, 또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행정지도는 적을수록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다만 우리의 임금구조가 당사자간 협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구조적 문제들을 안고 있고, 근로자의 교섭능력이 여러 제도적인 제약으로 인해 크게 제한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행정적 개입이 필요한 일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적부의 「지도」방향은 임금의 규제 또는 관리보다 임금구조의 개선 또는 노동의 보호라는 정책목표에 관심의 초점이 두어져야할 것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내년도 임금지도지침은 몇 가지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그 첫째는 아직도 정부가 행정개입의 방향을 임금규제쪽에 두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점이다.
내년도 임금의 평균 인상률을 6.9%로 권장한다 든가 대졸초임과 관리직의 임금동결을 내걸고 있는 점이 이것이다.
이런 종류의 지도지침은 물론 임금격차의 해소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고 어디까지나 권고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영향력이나 노사교섭에 미치는 직·간접 파급효과로 미루어 권고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것이다. 때문에 이런 유의 권고는 정부가 그 동안 제시해온 가이드라인의 설정과 크게 다를 바 없고 따라서 근로자측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근로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가이드라인의 설정이나 임금규제의 구태의연한 방향에서 벗어나 현행 임금구조의 모순과 문제들을 단계적으로 개선한다는 본래의 목표에 더 치중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80년대 이후 누적된 임금구조의 모순과 분배의 불공평이 최근들어 크게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있는 현실을 직시해야할 때다. 80년대 이후 5년간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11%가까이 늘어났는데도 실질임금은 5.5% 상승에 그쳐 분배구조가 크게 나빠져 온 점, 특히 3저의 호황으로 높은 경제성장과 13%의 생산성 증가를 기록한 올해의 경우에도 실질입금은 5.8%밖에 오르지 않은 점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같은 누적된 불균형이 최저생계비에도 미달하는 저임지대 확산과 학력간, 직종간 임금격차의 확대에 직접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야한다.
더구나 88년의 최저 임금제 실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내년 임금정책은 이런 국내 임금구조의 누적된 과제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최저임금제의 기반을 정지하는 한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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