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화산섬의 부 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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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개월전 일본의 작은 섬 오시마에서 5천만t의 용암을 분출해 낸 대 화산폭발로 긴급 탈출했던 주민 1만여명이 22일 섬으로 귀환했다.
이들의 귀환을 뜨겁게 맞아주는 텁수룩한 모습의 노인 한사람이 우리들의 눈길을 끈다. 그는 이 섬의 「아키다」(추전수·61)조역이다. 한국으로 치면 부면장에 해당되는 지방공무원이다.
면장 격인 「우에무라」정장이 피난지인 동경에서 주민들의 생활을 뒷바라지하고 있을때 「아키다」씨는 사실상 무인도가 돼버린 분화의 마을을 「사수」하는 총책임자로 남았다.
그는 교대로 섬을 드나든 경찰 및 소방서원·가축전문가들과 협조, 주민들의 재산을 지켜왔으며 몇 차례 화산이 폭발할 때마다 행여 집들이 무너지지 않았나, 가스가 새지 않았나 하고 하루에도 수백 가구 씩 가가호호 점검하고 이상유무를 피난지 주민들에게 연락해 주는 것을 그의 주요임무의 하나로 삼았다. 『모두 피난 가고 없을 때 이곳에서 화재 같은 게 났다고 한다면 그거야 말이 안되지요. 최선을 다해야지요』역량(면사무소)의 책상을 침대 삼아 한달동안 생활하면서 충직하게 소임을 다해온 그의 이 한마디가 일본지방 공무원의 자세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 화산이 폭발했을 때 주민들의 긴급탈출 작전에도 아무런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들의 놀랄만한 질서의식이 유지되고 있을때 면사무소의 관리들은 헌신적인 근무자세로 주민들을 보살폈다.
주민들이 피난해있는 동안 붕괴나 도난사건은 단 l건도 보고된 것이 없다.
일본인의 질서의식과 공무원들의 명예의식은 큰 도회지보다 시골벽지·산간지역에서, 그리고 그것도 가장 위급한 시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언제 또 폭발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섬에 남아 마을을 지키는 「아키다」씨와 같은 공무원이 있는 곳에 그를 믿고 질서 있게 행동하는 마을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일본을 강하게 만드는 저류에는 국민과 지방자치단체 관리사이의 이 같은 신뢰와 봉사정신이 결코 흐트러지지 않고 뭉쳐있음을 알 수 있다. 【동경 최철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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