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학 창작 아닌 「생산」|한국 현대문학 발표회서 권영민 교수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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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에서의 문학은 당의 철저한 지원 하에 있으며 문인들은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에 소속되어 당의 지시에 따라 동원됨으로써 「창작」보다는「생산」으로 전락하고 있다. 북한의 문학은 또 해방직후부터 60년대 초 반까지는 사회주의 이념을 문학을 통해 주입시키는데 주력하다가 6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는 김일성의 이른바 주체사상에 입각한 「주체의 문예 여론시대」를 펴고있다.
이 같은 북한의 문학에 대한 분석은 20일 열린 한국 현대문학 발표회에서 권영민 교수 (서울대· 국문학) 의 일 북한에서의 국문학연구」 주제발표를 통해 나왔다.
권 교수는 85년부터 1년간 미 하버드대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북한 관계자료를 조사, 그 연구결과를 이날 발표한 것,.
권 교수는 북한에서의 모든 문예활동은 부의 장악· 영도 하에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문예활동에 대한 당의 지도는 사상을 다루는 정책적 지도, 기법을 다루는 형상적 지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문학작품도 이러한 지도에 따라 집단적으로 검토·수정되어 발표된다고 말했다.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은 문학예술 활동의 실천 단체로서 당의 지시에 따라 문학 예술인을 동원하고 작가는 당의 지시에 따라 공장 등지의 현장에 파견되며 테마를 받아 글을 쓴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북한에서의 국문학 연구를 두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제1차시기는 1958년부터 1965년까지로 사회주의의 문예이론 정리시기다. 이 시기에는「사회주의문예이론에 입각, 민족문학예술 유산을 정리하여 혁명적 문예전통을 수립하겠다」는 표면적 주장을 내세우고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작업에서는 고전문학 분야에서 ▲고전 국역사업 및 작품선집 간행 ▲조선고전해제 ▲고전 작가론 등의 고전문학에 대한 작업이 이루어졌다.
또 ▲조선문학통사 ▲조선문학사 연표 등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현대조선문학전집 ▲현대작가론 등을 만들면서 북한내부에 널리 흩어진 자유주의적 문학작품과 예술 지향적 경향을 제거하고 특히 숙청 문인들의 문학 작품으로부터의 영향력을 없애려는 작업이었다,.
조선문학통사의 1930∼1945년 부분에는 김일성의 항일투쟁 경력이 소개되고 있으며 또 현대문학 부분은 이상화·김소월을 제외하면 카프계열 문인만을 위주로 서술되고 있다.
제2차 문학사 정리작업은 1975, 1981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입각한 문학사의 재편성을 꾀했다.
문학예술을 김일성 개인숭배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김일성을 최고의 문예이론가·작가·시인으로 추앙하고 있다. 또 남한 문학에 대한 적극적 비판을 담고 있다. 이 시기에 나온 조선문학사는 전5권이다. 제1권은 고대중세 편.
제2권은 19세기후반부터 1925년 시기 문학으로 여기서는 김일성 부모의 문예활동이 전체의 4분의1을 차지한다.
제3권은 1925∼1945년 사이로 김일성의 문예활동이 전체의 4부의3을 차지하고 있다. 4, 5권에서는 김일성을 찬양한 작품에 대한 서술이 절반 이상이다. 이 문학사에서 적극적으로 비판당한 작가는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현진건 이태준이고 시인은 황석우 오상정 김광섭 정지용이다. 비평가는 임화 백철 최재서 이헌구 등.
권 교수는 『북한문학 이론의 기만·허위성을 폭로하고 문학정책·이론의 비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문학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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