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MBC '앞집 여자' 말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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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 (好事多魔)일까. 방영 시작일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순항 중인 수목 드라마 '앞집 여자'(MBC)의 인기가 더할수록 일본 드라마 표절 시비와 특정직업 비하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전 일본 TBS가 방영한 드라마 '사랑을 몇년간 쉬셨나요'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첫 방영일인 16일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처음 제기된 이후 표절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사랑을…'는 함께 미용실에 다니며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 전업주부 유코와 남편이 살림하는 미용사 마유미, 사키코 세 사람의 불륜기다.

한 동네 사는 세 여자가 바람을 피우는 큰 줄거리, 미연과 수미의 캐릭터가 유코.마유미와 흡사하다는 설정 때문에 표절 논란이 한동안 계속됐다. 급기야 '앞집 여자'의 박은령 작가는 22일 시청자 게시판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글을 올렸다.

박작가는 "'앞집 여자'는 본인의 전작인 동명 단막극 '앞집 여자'와 '남편들의 5월'을 섞은 작품"이라며 "표절인지 아닌지는 드라마를 끝까지 본 후에 판단해 달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위의 두 작품을 함께 올려놓았다.

표절 시비와 무관하게 '앞집 여자'는 다양한 직종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을 비하했다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24일 방송분에서 미연이 취직한 설계사무소의 한 여직원이 "아직도 가정학과가 존재하느냐. 가정학과에서 밥하고 빨래하는 거 배우냐"며 미연을 무시하는 대사가 문제가 됐다. 가정학과 교수진과 학생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

이에 앞서 뷰티 플래너로 취직한 미연이 화장품을 팔러 친구를 만났다가 거꾸로 친구의 신세한탄과 울음에 보험을 들어주는 장면을 놓고는 보험설계사들이 시대착오적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뷰티 플래너들 역시 물건 강매나 하는 사람들로 비춰졌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설계사무실을 운영하는 미연의 첫사랑 정우의 직업이 건축설계사로 나가자 이번엔 건축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건축설계사가 아니라 건축사가 맞는 용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술 방문교사들은 미연의 남편이 딸의 미술 방문교사와 바람피우는 설정에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데, 남편 뺏는 역할로 그리면 어떡하냐'고 하소연한다. 작은 표현 하나에도 말이 많은 것은 시청자들이 그만큼 많아서이니 제작진으로선 기뻐해야 할지.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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