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진통으로 얼룩진 「정기 국회」를 마치고…|야는 제 기능 발휘할 체제 갖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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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131회 정기국회가 개헌문제에 대한 아무런 진전 없이 18일 파행 속에 끝났다.
국회를 이끌어 온 여야 총무들로부터 이런 모습의 폐회에 대한 소감과 정국 전망을 들어 보았다. 총무들의 주장은 달랐지만 『국민에게 미안하다』 는 개구일성은 마찬가지였다.

<이한동 민정총무>
『정상적인 국회운영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집권당의 원내 총무로서 국민들에게 죄송할 뿐입니다.』
파행과 진통으로 얼룩진 정기국회를 끝내면서 이한동 민정당 총무는 착잡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느 면에서 보면 이나마 꾸려온 것도 다행스러운 일』 이라고 했다.
이 총무는『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다행스러운 거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나중에 얘기하자』며 함구해 정기국회 회기 중에 어떤 말못할 고비가 있은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정기국회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예산처리라는 고유 업무에다가 국민여망인 합의개헌 성취라는 사명을 띠고 출발했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해 평가라고 할게 있겠습니까. 집권당으로서 국회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마무리지을 수밖에 없게 된데 대해 국민의 깊은 이해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어느 때였읍니까.
『유성환 의원 발언파동과 신민당의 서울대회 개최를 들 수 있겠죠. 어쨋든 고비를 그런 대로 넘기게 된 것을 지금 생각해보아도….』
-유 의원과는 개인적으로 「각별한」사이라는 얘기도 있던데요.
『돌이켜보면 매우 가슴아픈 일입니다. 외국엘 같이 간 적도 있고 본인이 총무로 취임했을 때 가장 먼저 축하전화를 해준 사람중의 한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렇게 자제를 촉구했는데도 그렇게 했으니 .결국 어쩔 수가 없었읍니다.』
-유 의원 파동을 포함해서 시국이 어려워 질 때마다 「민정당이 정치력이 부족하다」 는 소리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헌정사를 보면 현실정치의 실상은 막후 비밀절충이나 권모술수로 이루어지는 일이 많았고 또 이를 잘하는 게 「정치력이 있다」 고 평가하는 온당치 못한 의식이 남아 있읍니다. 정국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이끌어 가려는 노력을 「정치력이 없다」 고 판단해서는 곤란해요.』
-상임위 운영을 단독으로 한데 대해 말이 많던데요.
『신민당이 요구한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는 성질이었고, 게다가 의원이 국회에 들어오는데 무슨 조건입니까.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모양은 아니었지만 그 이전에 의원이 멋대로 「들어가니, 나가니」 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합니다.』
-현재의 신민당과 합의 개헌을 이룩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한참 생각을 한 후) 야당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지면 좋겠어요. 지난번 예산 파동 때만 해도 그렇잖습니까.
정당대표간의 약속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일입니까.』
이 총무는 야당이 일관성 있는 당론을 갖고 협상을 하고 협상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면 그에 대한 당론의 뒷받침도 있어야하지 않겠느냐는 점을 지적했다.
총무 선에서의 절충에서 의견 접근을 보더라도 그것이 신민당의 내부회의에 부처지면 원점으로 되돌아가곤 한다는 역대 민정당 총무들의 한결같은 불만을 이 총무 역시 되풀이한다.
-곧 총무 회담을 가질 계획은 없읍니까.
『하긴 해야겠는데 저쪽에서 소극적으로 나오니….』
이 총무는 이어 『이민우 신민당 총재가 독자적으로 대표회담에 참석한 것은 무슨 「징조」 가 아니냐』 는 질문에는 빙그레 웃기만 하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12대들어 특히 정치에 대한국민의 불신이 높은데요.
『요새와 같은 국회운영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고, 이에 따른 국민질책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의회정치의 발전에는 도약이 있을 수 없고 점진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 총무는 선거법제출문제 개헌시기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선『내년 정치일정은 내년에 보자』는 식으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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