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 "현 정권이 엉망이라고 어찌 MB정권을 그리워 한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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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명예교수. [중앙포토]

서울대 이준구(경제학부) 명예교수가 현 정부에 비해 이명박(MB) 정부가 더 낫다는 주장에 대해 “MB는 지금 대통령에 비해 손톱만큼도 낫다고 볼 수 없는 나쁜 대통령”이라고 반박했다.

'최순실 비선실세'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전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항간에 거론되는 데 대해서다.

이 교수는 지난 26일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불과 4년 전에 그 지긋지긋하던 MB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때를 그리워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러니 역사의 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권을 잡은 자들은 이걸 노려 온갖 비루한 일을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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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권 교체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권 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MB정권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근본적인 청산과 단죄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준구 교수의 글 전문.

꽃이 지고서야 봄인줄 알았다? ..... 에이, 이건 아니지요.

요즈음 나라의 모습이 말이 아닙니다.
대통령에게 이 모든 일의 책임이 있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이젠 지난 대선에서 그쪽 찍은 사람들조차 후회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웃기는 건 이런 혼란을 틈타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해 현 정권이 죽을 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말이 나올까봐 걱정을 하고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정권의 온갖 스캔들이 터져 나오면서 결국 그 말이 나오고 마네요.
오늘 신문 보니 어떤 사람은 MB정권이 그립다며 "꽃이 지고서야 봄인 줄 알았다"는 말까지 했다는군요.
아무리 현 정권이 엉망이라고 어찌 MB정권을 그리워 한답니까?
사실 오늘의 문제들의 근원을 따져 보면 MB정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정말이지 MB는 지금 대통령에 비해 손톱만큼도 낫다고 볼 수 없는 나쁜 대통령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억이 매우 짧다는 말을 많이 하지요.
불과 4년 전에 그 지긋지긋하던 MB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때를 그리워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역사의 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권을 잡은 자들은 이걸 노려 온갖 비루한 일을 다 하는 겁니다.
결국 정권 교체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권 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MB정권과 박근혜정권에 대한 근본적인 청산과 단죄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지금 MB정권 시절이 그립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때 가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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