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절정의 순간들(2)|트랙에 뿌린「인간 승리」의 눈물|임춘애등 세 적토마 기적의 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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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꿈만같은 이변이 트랙과 필드에서 계속 이어졌다. 한국육상이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금메달7개·그것은『우리도해야한다』는 강한 의지와 국민적인 성원의 열기가 만들어낸 인간승리의 드라머였다.
지난봄까지만해도 거의 무명이었던 가냘픈 몸매의 임춘애가 아시아최고기록 보유자인 중공의「양리우시아」(양류하) 를 두차례나 제치고 여자중거리 3관왕으로 탄생한 순간, 장재근이 역시 중공 일본의 도전을 뿌리치고 남자2백m 2연패를 이룬 순간, 또 남자5천m의 김종윤 (김종윤) 이 호진의 마지막 스퍼트로 2명의 일본선수를 따라잡은 순간순간은 손에 땀을 쥐는 드릴의 연속이었다. 국내팬들은 육상의 이런 재미를 처음 맛보았을 것이다.
그날 이후로 한국육상도 큰소리치면서 세계로 도약할 용기와 희망을 갖게됐다. 단순한 금메달이상의 값진 수확이었다.
잠실을 진동시킨 그 흥분의 파도가 가라앉은 지금, 임춘애는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왔다. 처음엔 포상금 1억6천5백만원의 횡재가 전혀 실갇이 나지않았지만 최근 7천3백만원짜리 2층양옥집을 마련한뒤로 생활환경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느끼게됐다. 아울러 풍선처럼 들떠있던 마음을 정돈하고 다시 차분한 자세로 세계를 향한 발돋움을 시작했다.
88년엔 1만m에, 그다음엔 마라톤에 도전한다는 계획. 비록 지금의 기록으론 세계와 견주어 까마득히 낙후되어 있다해도 17세의 그에겐 희망이 있다. 타고난 지구력을 살리면 또다른 기적이 일어날 수도있다.
이와함께 장재근은 제2의도약을 위해 장기해외유학을 준비중이며 김종윤 김종일 김복주 역시 새로운 훈련방식의 도입으로 탈아시아를 다짐한다.
영광은 언제나 짐으로 남는다. 이들 적토마들의 활약으로 한국육상은 재평가를 받게됐지만 올림픽에서 동메달하나라도 따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있다.
육상경기연맹은 올해까지 천억원의 후원회 기금을 마련한 한편 포상금으로 9억여원이나 썼지만 올림픽이라는 보다 큰 목표를 위해선 투자가 조금도 아깝지 않다는 태도.
이와함께 장거리와 마라톤등을 전략종목으로 채택, 획기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
육상에 대한 국민의 관심, 고조된 무드를 어떻게 살려 인기종목으로 만드느냐는 것도 이해가 남긴 숙제이기도하다. <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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