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 가고 싶다 "마르코그 절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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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와이에 10개월째 망명중인 「마르코스」전 필리핀 대통령은 요즘 하루하루가 가슴 쓰라린 고통의 연속이다.
지난12일 98세된 노모가 심장병이 악화되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필리핀 정부는 「마르코스」의 귀국을 허락 치 않았다.
필리핀 정부는 대신 필요하다면 운신하기조차 쉽지 않은 노모를 아들의 망명 처인 하와이로 출국시킬 용의가 있다고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14일에는 「마르코스」의 막내 여동생 「엘리자베드·마르코스·케온」의 부음이 전해졌으나 하와이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처럼 가족들의 슬픈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나 필리핀 정부는 독재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필리핀 정부는 「마르코스」가 금년 크리스머스 전까지는 마닐라에 돌아가 「아키노」대통령 정부의 몰락으로부터 필리핀을 구하고 싶다는 헛소리에 가까운 절규를 외치자 비상 각의 까지 열어 마닐라 공항에 경계경보를 내렸다.
「마르코스」가 만약 귀국하면 체포하겠다는 신호다.
「마르코스」는 어떻게든 필리핀내의 분위기를 바꿔 마닐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절망의 외침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부인 「이멜다」는 최근 하와이에서의 망명생활에 대해 『이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차라리 죽고 싶다』며 『우리에겐 조국도 자유도 개인생활도 명예도 모두 사라졌다』고 말해 그들이 겪는 고통이 어떠한가를 말해 주고 있다. <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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