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일 언론"엄살"-최철주 동경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요즘 일본의 업계나 언론은 한국상품의 일본 시장 진출에 지나칠 정도의 신경과민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문·잡지에는 일본에 한국자동차가 들어오고 VTR가 들어오고 드디어는 카메라도 상륙했다는 기사와 특집이 연달아 게재되고 있다. 때로는 일본의 주요 전략기지가 공략 당하고 있다는 기분으로 기사를 다루고 있다.
작년 11월 현대의 포니 자동차 l대가 일본에 「수입」됐을 때 일본 매스컴이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준 탓으로 지금도 상당량의 자동차가 일본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자동차와 기술합작 관계에 있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임원이 한국에서 가져온 포니를 가리켜 일본 언론들은 『한국 자동차 드디어 일본 시장 진출』이라고 과장 경고했다. 이 경고가 주효했던지 실제 한국자동차의 정식수입은 아직 1대도 없다.
지난달 재생 기능뿐인 3만9천엔 짜리 한국산 비디오가 일본에 상륙했을 때 일본언론은 『압도적 우위를 자랑해 온 일본전자업계에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다. 동경 아키하바라 (추섭원)의 전기 상품가에는 재생 및 녹화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는 5만5천엔 짜리 일제 비디오가 있다. 그런데도 한국산 진출이 충격이랄 수 있겠는가 의심스럽다. 『한국이 도전해 오고 있다』『한국이 일본을 앞지르려 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엔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을 잃은 일본기업이 자구지책으로 한국기업과 기술협력, 부품을 수입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놓고 마치 첨단 산업기술을 공여 한 것처럼 크게 떠들어대는 것도 우습다.
그러나 일본기업들은 한편으로는 무역확대를 위해 한국의 힘을 필요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성장」을 경계하고, GSP(일반 특혜 관세제도)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시킬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엔고 이후 수출기지로 계속 대만에 진출하자 최근 대만정부는 이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일본기업이 대만을 중계로 대미 수출을 확대시킴으로써 대만과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일본의 속마음을 읽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