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클럽 시각장애자돕기 녹음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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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갖지 못한 자의 안타까운 한을 가진 자의 정성으로 풀어보려는 일군의 젊은 여성들이 있어 저물어가는 세밑을 훈훈하게 해준다.
지난 2월부터 시각강애자들을 위해 녹음봉사를 해오고 있는 8명의 직장여성들이 바로 그들. 20대의 미혼여성들인 이들은 작년12월「봉사를 통해 우리가 가진것을 나눠주자」는데 뜻을 모으고 물방울클럽을 조직, 서울YWCA를 찾았던 것.
Y청년부 이희숙간사의 권고로 시각장애자를 위한 녹음봉사로 방향을 정한 이들은 문학서적이나 어린이동화류의 녹음도서는 상당수 확보돼 있는데 비해 정작 학업에 필요한 교재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데 착안, 대학생교재 녹음에 착수했다.
그들은 한빛맹학교와 연결, 선정된 교재와 테이프를 받아와 회원수에 맞게분책, 각자 집에서 녹음한 후 이를 학교에 전달하여 학생들이 돌려가며 이용할 수 있게 하고있다.
지금까지 이들이 만든 녹음교재만도「키에르케고르」의『이것이냐,저것이냐』 를 비롯, 10여권. 책 1권당 최소 60분용 테이프 7개에서 24개까지 소요돼 정작테이프 수만도 1백개는 족히 넘는다.
『녹음은 주로 밤12시 이후 식구들이 모두 잠든 틈을 이용해요. 잡음이 들어가면 안되니까요』처음엔 혼자 밤중에 중얼거리는 소리에 식구들이 놀라기도 했다는 강미숙양 (24) 은 늦은 밤이라 자주 목소리가 가라앉아 신선감이 떨어지는 것을 안타까와 한다.
녹음봉사를 통해 장애자들의 애로사항·열등의식을 깨닫게 됐다는 이정순양(24)은 『봉사란 자기희생이 따르지 않고는 안되는 것』이라고 못박는다.
이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잡음없이 녹음할 수 있는 녹음시설. 최소한 잡음제거 장치와 테이프복사 시설만이라도 협조를 구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이들의 안타까운 바람이다.『내년부터는 국교에서 고교생까지의 자습서를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자습서는 도표가 많아 이를 어떻게 말로 풀어 설명해야할지 어려움이 많지만 회원들이 먼저 배운다는 생각으로 책을 공부하고 의견교환을 한다면 해낼수 있을것 같습니다』
회장 조경희양 (29) 은『앞으로 한달에 한번씩 맹인들의 보호기관도 찾아가 보다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가겠다』 며 끝없는 꿈을 펼쳐보인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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