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 삼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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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의 독백>
영원히 사는 것은
세상엔 하나 없고
무성한 잎 속에나
슬픈 울음을 묻으며
가다간 하늘도 날아보는
그 짓밖에 못하네

<밥상 받듯>
어제 물리친 산이
그대로 아득하고
시냇물 돌돌돌
보채 쌓는 일상을
가까운 것도 먼 것도 두루
밥상 받듯 대한다.

<점묘>
잔치는 방금 끝나고
하품하는 눈앞에
사방에서 유채밭이
눈부시게 밀려온다
접었다 폈다 빈 장관을
나비 되어 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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