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요금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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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하철 빚 얘기가 느닷없이 나오더니 요금인상이 단행되리라고 한다.
우선 그 인상폭도 작지 않지만 전철요금이 오른다.
동절기에 이처럼 서둘러 인상을 앞당기기로 한 것은 선거의 해인 내년에는 공공요금 인상을 가급적 동결한다는 방침 때문이라는 배경 설명이 어이없다.
무슨 요금이든 그것을 인상하자면 납득 할 수 있는 인상요인부터 제시해야 옳다. 예컨대 인건비부담이 크게 늘어났거나 전기료나 유류값이 크게 올라 생산 원가가 인상되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요인이 나와야 한다.
이번 지하철요금 인상에는 그같은 요인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다만 건설 당시 걸머진 부채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상한지 1년만에 다시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런 사정은 딱한 줄 알지만 지하철 건설비 부채 문제는 그것대로 다른 방도로 해결되어야 한다.
우리는 여러번 강조한바 있거니와 지하철과 같은 시설물은 서울시라는 어느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이나 시설물이 아니라 국가기간 시설이다. 지하철 이용자가 서울시민만에 국한된 것이 아닐뿐더러 유사시에 대피호로 활용하기 위한 국가안보 시설물이기도 하다.
또 국가세원의 87%를 중앙정부가 독차지, 세원배분이 극도로 불균형해 빈약할 수밖에 없는 지방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건설비 전액을 서울시에 부담시키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결국 지하철 부채는 외국처럼 정부가 보조를 해주거나 지하철 운영을 획기적으로 합리화시켜 해결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일본이나 미국 등의 지하철 요금보다 훨씬 싼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곳보다 싼 것은 지하철 요금뿐이 아니다. 택시요금도, 호텔숙박비도 훨씬 싸다. 그런 논리라면 택시나 호텔요금도 2, 3배쯤 올려주어도 무방하지 않는가. 또 그런 논리대로 그들 나라가 베푸는 양질의 행정 서비스도 제공해야하지 않는가. 하필이면 경제발전 단계가 다른 나라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현재 지하철과 버스의 교통체계는 상호 보완 관계가 아니라 경쟁관계에 있다. 승객은 일정한데 제각기 더 많이 태우려고 애쓰고 있는 셈이다. 버스는 굴곡노선에 2중, 3중의 중복노선을 두어 버스끼리는 물론 지하철과도 경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당초 지하철을 건설할 때 겨냥했던 지상 교통 완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표 한장으로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갈아타기 쉽게 버스 노선이 그어져 있고 운임체계도 잡혀있으면 두 교통수단의 효율은 훨씬 높을 것이다. 그렇게될 경우 버스와 지하철도 잘되고 시민들도 더 편해질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버스노선은 업자들의 거센 입김 탓으로 대폭 조정을 하지 않아 지하철 승객이 당초 목표의 3분의 2에 그치는 등 운영 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처럼 교통운영체계의 대폭 수정 등 운영 개선방안을 많이 두고도 적자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려는 처사는 찬성키 어렵다.
게다가 올들어 유류값이 두 차례나 크게 내려 엄격히 따져 자동차요금은 그대로 두어도 무방한 것이다.
지하철은 말 그대로 대중의 교통수단이다.
이런 대중 교통수단을 가지고 편의대로 주무르는 처사는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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