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사망률을 낮추는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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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중 성인병 비율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질병 패턴은 반갑지 않은 선진국형 추세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망자의 32%가량이 고혈압 등 순환기계통 질환으로 숨졌고, 15%가 각종 암, 그밖에 11·6%가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었다. 경제기획원의 85년 사망통계자료에서 밝혀진 이 같은 경향은 지난 80년의 같은 통계나, 83년에 의료보험 관리공단이 실시한 성인병 실태조사, 기타 종합병원별 조사와도 일치하는 현상이다.
소득의 향상과 의료혜택의 확산에 따라 생활환경이 개선됨으로써 콜레라, 말라리아, 페스트 같은 후진국형 전염성 질환은 자취를 감췄다.
반면에 식생활 개선에 따른 영양의 과다 섭취,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늘어만 가는 각종 공해, 일에 쫓기고 차를 많이 타는데서 오는 운동부족 등은 고혈압, 암, 심장병, 당뇨병 같은 성인병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갑작스런 증가는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률까지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여놓고 있다.
경제나 문화의 수준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면서 선진국형 질병과 사망률은 그보다 훨씬 앞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일상생활에서의 정신자세와 식생활 습관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뜨거운 것을 좋아하고 짜고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식생활과 지나치게 짧은 식사시간, 흡연 등은 위와 심장, 혈관 등에 부담을 준다.
세계 상위급에 드는 술 소비량의 기록도 나온 바 있지만 우리국민들의 과음, 폭음 습관도 문제다.
경제사정이 좋아진데 따른 지방질을 비롯한 영양의 과다 섭취도 질병원인으로 무시 못한다.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률이 선진국에 비해 수십배에 가깝게 높은 것은 차량의 증가속도가 교통질서 의식의 보편화 속도와 보조를 함께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앞질렀기 때문이다. 교통법규의 무시와 난폭, 음주운전이 사고원인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
질병과 사인의 선진국형은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의 과제다.
그것은 국민 각 개인이 식생활 관습을 개선하여 건전하고 절도 있는 생활습성을 일상화하는데서 출발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로서도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필요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는 대중 스포츠 설비나 휴양시설의 확충도 필요하다.
성인병은 일단 걸리면 대부분 완치가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사전 예방을 위해 국민 각자는 물론 정부차원의 환경개선 노력이 중요하다.
성인병은 조기발견이 중요한데 그 진단설비나 의료기술이 대도시의 종합병원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에 필요한 의료기술, 설비의 확산보급에도 주력해야 하겠다.
교통사고의 경우도 처방은 마찬가지다. 법규를 위반한 뒤에 이를 단속하고 사후처리 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교통법규의 엄격한 시행은 물론 도로망의 확충, 표지판과 신호등 같은 교통체계의 현대화가 절실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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