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뢰 잃은 게 가장 큰 문제"-「무기밀매」관련 제임즈 레스턴 칼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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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제임즈·레스턴」은 3일 이란 게이트로 떠들썩한 미국에서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정부의 신뢰성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의 칼럼 요지다.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은 「레이건」행정부내에, 또는 미국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도대체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란과 니카라과에 대한 무기밀매라는 워싱턴의 스캔들은 팽배해가고 있는 부조리의 가장 극적인 상징일 뿐이다.
역사는 지난주에 우리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재무성은 개인 및 연방정부가 역사상 가장 많은 채무를 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상무성은 기록적인 무역적자는 일본인들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산업관리 잘못에서 기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농무성까지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이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농산물보다 더 많은 양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을 정부 탓으로만 돌리고 미국 국민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미국 국민들은 분명히 이 행정부를 선택했다. 「레이건」대통령은 사실 국민들을 속이지는 않았다. 「레이건」이 백악관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모든 장·단점은 그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재직할 당시에도 분명히 보여준 것들이다.
그의 사상은 국내 문제에서나 국제문제에서나 변함이 없었다.
지금 우리는 그가 이란·니카라과 사건을 잘못 처리한 후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이 워터게이트사건 당시의 「닉슨」처럼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회와 국민을 속이려 한 것도 아니었다.
사건은 그의 감독 아래 있는 백악관에서 일어났으며 그가 낮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 터진 셈이 되었다.
88년 대통령 선거운동은 벌써 시작됐다. 이번에는 우리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해주는 호감 가는 후보자만이 아니라 어려운 진실을 말해주고 우리로 하여금 개성이 아니라 정책을 생각하게 해주는 후보자를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레이건」대통령은 그의 전임자들보다 솔직했다. 그는 「카터」나 「닉슨」·「존슨」 등 전임자들처럼 외교·경제정책의 모든 것을 마스터하고 있는 척 꾸미지는 않았다.
그는 길 건너 NSC 건물에서 「노드」중령이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이란인 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또 사건이 드러난 후 어떤 서류들을 파기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도널드·리건」비서실장 아래는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부서도 있고 또 일단의 여론 조작 자들, 연설문 작성자들과 일요일 아침 TV뉴스쇼의 내용에 다양한 해석을 하는 부서도 있다.
간단히 말해 가장 훌륭한 목적을 가지고서도 수행능력이 가장 형편없는 이 행정부는 국민들이 무엇이 행해지고 있는가를 알 필요가 있는 때에 경험자들로부터 도움을 거의 받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현명하고도 빈틈없이 일을 해치우려고 노력해왔다.
이란·니카라과와 관련된 이번의 실수는 아직 행정부가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실수 그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라의 운명은 그 사건들 중 어느 것에도 달려있지 않다.
오히려 나라의 운명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정부가 발표하는 말의 성실성에 달려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최근 몇 달 동안 잃은 것들이다.
남은 2년 동안 대통령의 모든 희망을 좌절시키지 않게 하려면 정부의 신뢰성은 기필코 회복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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