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클럽에 때이른 선거열풍|내년 1월 총회 앞두고 벌써부터 후보들 경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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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년 초에 있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장선거전을 앞두고 벌써부터 후보자들의 치열한 경합이 시작되어 문단은 2년만에 선거전의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87년1월 하순쯤 열릴 예정인 정기총회에서 24대 회장으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현 회장인 수필가 전숙희씨(67)와 부회장이자 시인인 문덕수씨(59), 역시 부회장이자 소설가인 성기조씨(52)등 3명인데 29∼30일 인천올림포스호텔에서 열리는 펜 세미나에서 세 후보자들은 본격적인 표 모으기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펜클럽선거가 벌써부터 문단의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문인협회 등 여타 다른 단체가 지난 83년 총선 시 3년 단임제를 결정해 올해 초 선거를 실시한데 비해 펜클럽은 임기2년에 연임가능의 정관을 그대로 두어 내년도 총회에서 유일하게 선거를 치르기 때문.
또 펜클럽선거는 다른 단체와는 달리 전체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직접선거로 치러지는 것도 관심을 끄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에서는 펜클럽을 함께 이끌어왔던 회장단이 그대로 회장자리를 놓고 맞붙게 된다는 점에 더욱 전체문단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펜 회원들의 지지도에서는 전숙희씨가 2선을 한 현 회장이란 잇점을 가지고 있으나 문덕수·성기조씨 등도 지난번 선거에서 막강한 세력을 과시한 조직을 갖고 있어 3파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던 전숙희씨는 문·성씨에 비해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었는데 전씨가 회장출마를 결심하게된 이유는 「20년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88년 펜 대회를 전 회장이 유치했으니 유치한 사람이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단원로·중진의 적극 권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8년 펜 대회유치와 함께 특히 종합문예지 『동서문학』을 창간해 많은 문인들에게 혜택을 준 점도 전씨의 원만한 성격과 함께 크게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덕수씨는 현대시인협회(회장)·월간 『시문학』지(주간)등을 중심으로 한 지방 펜 회원들의 표를 기반으로 현 회장의 아성에 정면도전하고 나섰다. 문씨는 펜 회원들의 권익옹호를 기치로 내세우면서 88년 펜대회의장과 펜 회장은 분리돼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펜클럽부회장이면서 예총사무국장인 성기조씨는 『그 동안 펜 대회에 대한 유치만 있었지, 대책은 전혀 없었다』는 점과 『필요에 따라 회원을 가입시켰다, 안 시켰다 한다』는 점등을 들어 「펜클럽의 정도회복」을 이슈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성씨의 출마에 대해 문덕수씨 측을 비롯한 일부 펜 회원들은 최종시기에 모종의 협상(?)에 의해 출마를 철회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씨는 『사실무근의 말』이라며 『그런 말은 이사회에서 정식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를 문단정치꾼으로 모독하는 일』이라고 격렬한 어조로 답변.
한편 3명의 부회장 자리를 놓고 윤종혁(시인·홍익대 교수) 정을병(소설가) 권일송(시인) 윤호영(소설가) 신세훈(시인) 씨 등 5명이 현재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아직 유동적이긴 하지만 윤종혁·정을병씨가 전숙희씨 러닝메이트로, 권일송·윤호영씨가 문덕수씨 러닝메이트로 일단 굳어지고 있다.
부회장후보는 이밖에도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치열한 선거전 양상을 띨 것 같다.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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