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저 호황으로 성장 내용도 알차|3·4분기 GNP를 살펴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설>
3저 호황이 고도 성장의 엔진에 시동을 걸어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한 우리 경제는 1·4분기 9·6%, 2·4분기 12·0%에 이어 3·4분기는 14·1%라는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함으로써 올해 우리 나라 경제는 일단 무지개색을 비춰주고 있다.
고도 성장과 함께 국제수지 흑자·물가 안정 등 소위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해로 기록될 것은 확실해졌다.
특히 고용 효과가 큰 제조업과 수출이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중동 건설 붐에 크게 힘입어 14·1%의 성장률을 나타냈던 79년 1·4분기와는 경제 성장의 질도 다르다.
기간 중 제조업 성장률은 17·9% (작년 동기 2·8%)로 전체 산업 중 성장률이 가장 높았으며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2%로 평년보다 3%포인트 이상 높았다.
또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1%인 수출은 3·4분기 중 30·4% (작년 동기 3·8%)가 늘어 제조업과 함께 경제 성장을 이끄는 기관차 노릇을 했다.
제조업은 수출을 중심으로 내외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큰 활기를 띠었으며 그 중에도 중화학 공업 제품 생산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중화학 공업은 VTR 생산이 1백75·7%, 전자레인지 1백50%, 컴퓨터 91·7%, 자동차 82·2%씩 각각 작년 동기보다,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힘입어 23·7%가 성장했다.
앞으로의 생산 활동을 가늠 할 수 있는 기계·공장 건설 등 고정 투자도 작년 동기는 1·3% 증가에 그쳤으나 올 3·4분기에는 13·5%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 성장을 기반으로 한 이 같은 우리 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선진국이나 대만 등 경쟁국들과 비교 할 때 유례없이 높다.
이 기간 중 GNP 성장률이 미국은 2·4%, 대만 9·4%, 싱가포르 3· 8%였으며 일본과 서독은 2·4분기 중 각각3·6%와 2·0%의 성장률을 보였을 뿐이다.
겉으로 나타난 이 같은 지표는 모든게 잘 되어 가는 것 같은 환각을 줄만도 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아직도 문제는 많이 도사려 있다.
우선 이 같은 경제 성장이 3저, 즉 외부적 요인의 덕분이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3저가 없었다면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하기는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1%인 수출이 30·4% 늘어난 반면 수입이 23·3%에 그친 것은 절반 이상이 엔고· 유가 하락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만일 유가가 오르고 미국의 압력 등으로 환율이라도 크게 내리게 되면 상황은 갑자기 달라지게 될 것이다.
국제수지의 흑자도 그 태반이 원유가 하락에 힘입은 것이고 물가 안정도 주로 해외 원자재 값의 하락 때문임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3저 호기를 최대한 선용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되고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기계 설비 투자에 있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점도 문제다.
기계 설비 투자 중 수입 기자재 증가율은 36·2%에 달하고 있는데 반해 국산 기자재 구입 증가율은 15%에 그쳤다.
결국 기계 설비 투자는 아직도 해외에 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것도 80% 이상이 일본 지역에 편중돼 대일 무역 역조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은 호황을 맞고 있으나 내수 업종의 중소기업은 3저 혜택을 못 봐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또 수출 주도에 의해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여파로 건설 등 내수 부문이 부진하고 자금의 흐름이 편중되고 있는 현상, 그리고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과소비 현상도 고도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석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