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정책의 이상과 현실(이호재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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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에서 외교정책론이 나온 것은 이 책을 효시로 잡거니와, 더욱 한국 현대사의 결정기였던 해방후 8년간을 다룬 점에서 역사적 연구로서도 학계에 공헌이 큰 저작임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이번에 다시 제5판을 냄으로써 17년간의 평판을 계속 유지한 셈인데, 마침 해방 전후사에 대한 대단한 관심에 맞춰 저자도 새로운 장들을 추가하여 학계의 문제제기에 성실한 반응을 보였다.
말미에 그동안 나온 엄격한 서평들을 실어 이해에 도움을 주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나아가 책의 체재상 본문에 넣기 어려운 저자의 외교논평들을 별도로 추가하여 구체적인 전개를 엿보게 한것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학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적·역사적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는 45년부터 53년까지에 해당하는 모든 문제가 이 책에 다루어져 있고, 또 그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분명히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 저자와 다른 견해를 가질 수도 있고 또 저자가 전제하는 체제결정론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으며, 혹은 북한에서의 상황 전개와 유기적인 관련을 철저히 추구하지 않은 점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자료면에서 보완을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이론화하기 어려운 현대사의 장르를 성공적으로 다룬점과 작금의 관심사에 정열적으로 학문적인 해답을 모색한 것은 퍽 인상적이다.
이 책의 논지를 중심으로 학계에서 대토론회 같은 것을 한번 가져보아도 좋겠다. 그냥 흘려버리기엔 너무나 중대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간단히 스치기엔 너무나 미묘한 주장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수히 학문적으로는 역사학과 정치학의 자기 반성의 계기를 그것으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재봉<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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