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패전후 일본보다 암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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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 특파원】북한의 화폐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각종 생활 필수품이 크게 부족해 패전 직후의 일본보다 더 심각한 경제난을 맞고 있다고 17일 일본에서 발행된 『현대 코리아』 12월 호가 밝혔다.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 기관인 현대 코리아 연구소의 이 잡지는 「정보」란에서 북한 원화의 일본 엔화에 대한 공정 환율은 1백원대 1만엔이나 최근에는 심각한 경제난을 반영, 북한 돈 1만원짜리가 일본 돈 1만엔과 맞먹게 되었으며 일본 돈을 가지고 있어야 물건을 살수 있을 정도로 북한 화폐는 휴지화됐다고 전했다.
다음은 최근 북한 경제 사정을 설명하는 기사 내용이다.

<북한에서는 현재 계란 1개가 1백원이라고 한다. 이것은 북한 노동자의 1개월 평균 임금을 훨씬 넘는 가격이다. 물론 이 가격은 당국이 결정한 공정 아니며 이른바 암시세다.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조총련의 한 간부 이야기다.
조총련의 또 한사람의 말에 따르면 현재 일본 엔화와 북한 원화의 환율은 1만엔대 1백원이지만 암시세는 1만엔이 4천∼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일본 돈 1만엔이 북한 돈 1만원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북한 화폐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일본 엔화의 상승에 다소 영향이 있지만 북한 돈으로는 살 물건이 없다. 그러나 일본 엔화를 가지고 있으면 외화 상점에서 무엇이든지 살수 있다는데 북한 화폐가치 하락의 비밀이 있다.
어떤 조총련 사람은 일본의 패전 직후와 같은 심각한 물자 부족 사태라고 말했다. 현재의 북한은 일본 엔화가 아니면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없으며 북한 화폐는 종이 조각과 같이 돼버렸다. 패전 직후의 일본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에 빠져있다는게 조총련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과의 올림픽 공동 개최 가능성을 조총련 간부에게 물어보면 『국민에게 밥도 먹일 수 없는 나라가…』하고 입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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