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향배 군부 태도가 열쇠|김일성 사후 북한 어디로 가나|강인덕 <극동 문제 연구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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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일성의 피격설은 현 북한 체제 내에서 가능성 있는 이야기인가.
▲북한이 지금까지 교조적인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권력 투쟁에 의한 암살가능성은 항상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 내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권력 세습을 반대하는 군부 내 세력도 있고 체제 개혁파도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만약 암살이 이뤄졌다면 측근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김정일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일이 암살했다면 그 이유는.
▲그의 성격으로 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또 김정일이 직접 암살에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김정일을 에워싸고 있는 강경파가 권력 세습을 신속히 그리고 확고하게 하기 위해 권력 투쟁 과정에서 암살을 저지를 수도 있다.
-개혁파들이 암살했다면 그 이유는.
▲김일성이 살아 있는 한 북한 체제의 개혁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김정일까지 몰락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이 집권하는 한 김일성 주의를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희망 사항이지만 개혁파가 집권하면 지금보다 상황은 호전될 것이다.
-김일성 사후의 전망은 ▲자연사냐, 암살이냐에 따라 다르다. 자연사라면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세습제를 계속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군부의 태도가 중요하다. 공산 국가라 하더라도 폴란드에서 보았듯이 국가적 비상 사태시는 군부가 당을 지배할 수가 있다.
김일성이 세습제를 추진하면서 인민 무력 부장 오진우에게 뒷일을 부탁했기 때문에 군부가 일단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군부 내 개혁파가 반기를 들면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만약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한다면 김일성 체제와 같은 1인 체제가 가능할 것인가.
▲당분간은 집단 지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이 그동안 숙청을 많이 했다지만 세습제를 반대하는 세력과 개혁 세력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개혁파들이 권력을 장악한다면.
▲아직 그쪽의 사정이 알려지지 않아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김일성 장례 위원회의 명단이 발표되어 서열을 보아야 그쪽의 분위기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개혁파들의 정부 전복이 성공했다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개혁을 위해서는 한반도에 조성된 긴장을 완화해야 되기 때문이다.
-김일성 사후의 대소·대 중공 관계는 어떻게 되겠는가.
▲기본적으로 등거리 외교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본다. 어느 파가 권력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변화는 있겠지만 기본 외교 노선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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