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연구단체, 토론회·강연회등으로 공방전|한글전용이냐… 국한문혼용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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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글전용」과「한자조기교육」을 각각 주장하는 학회및 사회·연구단체들의 해묵은 논쟁이 또다시 가열되고있다.
지난달 16일 한자교육을 강조하는 한국어문교육연구회(회장 이희승) 한국국어교육연구소(회장 이응백)등 6개단체가 공동토론회를 가진데 이어 15일에는 한글전용을 내세우는 한글학회 (이사장 허웅) 의솔회 (회장 곽종원)대한음성학회(회장 이현복)등 30개단체들이 강연회를 여는등 만만치 않게 맞서있다.
양측의 공방전은 해방이래 갈팡질팡해온 문교부의 한자교육정책과 함께 수없이 되풀이돼온 것이긴 하나 제5차 교육과정개편을 앞두고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너무 감정에 치우친 대립』 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중요한 어문정책에 대한 것인 만큼 건설적인 논쟁이야 얼마든지 바람직하지만 과열된 나머지 억지논박으로 까지 번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
한자교육을 강조하는 측이 공동토론회와 각종조사연구결과를 통해 『국민학교때부터 모든 교과서를 국·한문 혼용으로 해야한다』고 목청을 돋우자 원래계획에도 없던 강연회를 서둘러 공동주최한 한글전용주장측에서는 『국민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면 초등교육 전반을 망치게 되므로 한글전용은 계속돼야한다』고 맞섰다.
15일 경기여고강당에서 열린 국어교육과 한자문제에 대한 강연회에서 「한글전용은 계속되어야하며, 계속될 수밖에 없다」를 발표한 서울대 이현복교수는『국민학교 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모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어교육과 한자교육, 이 둘을 붙이지 말라」는 강연에 나선 연세대 이상섭교수는 『잘된 국어문강 쓰지 않으려거든 한자를 잔뜩 써서 1920년대의 논설문 수준에 머물고 말라』고 말하기도.
이날 강연회에서 재택된 대정부건의문 내용을 보면 『한자를 버리면 전통의 고아가 된다는 것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든가 『한자지도가 지능개발에 도움이 된다면 과연 중국인의 지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가』등 국·한문 혼용론측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고있다.
한편 국민학교부터의 한자교육을 적극 주장하는 인하대 남광우교수는 『올해안으로 다시 공동토론회를 열어 한글전용의 논거들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반론을 펼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 공방전은 계속 뜨거워질 조짐.
최근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한글전용교육의 비리와 병폐」 「한글세대 그 암흑무지의 30년」 「전교과서는 한자가 표기돼야 한다」「조기지도로 효과를 올릴수 있는 한자교육방안」등 일선교사들의 비판과 제언을 실은 『한국교육의 개혁을 위하여』라는 책을 내놓은데 이어 한글학회는 「한글만 쓰기 주장의 까닭」「세계적으로 뛰어난 한글을 천대하는 자는 누구냐?」 「한글전용 시기는 5백년 늦었다」「국민교 한자교육은 국어 학력을 떨어뜨려」등 한글전용에 대한 논설·연구발표요지 등의 글모음집을 곧 펴낼 예정이다.
한편 국민학교는 오는 89년, 중학교는 90년, 고등학교는 91년부터 각각 제5차 교육과정개편에 따른 새교과서를 쓰게 되어있어 올해안으로 한글전용 또는 국·한문혼용의 기본방침이 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어정책의 우여곡절을 거쳐 70∼74년 동안은 초·중·고교 교과서가 완전 한글전용이었으며 현재 국민학교는 한글전용, 중·고 교과서는 1천8백자이내의 기초한자를 병기하고있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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