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학생의 부모-문병호<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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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식을 알기는 아비만함이 없다(지자막여부)」는 옛말은 역시 옛말인가보다.
공직자 자녀 1백5명이 건대사태와 관련, 경찰에 구속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그 공직자들의 대부분은 자녀들의 시위나 농성가담사실을 전혀 몰랐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이미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난 대학생자녀들의 동정을 공직자 부모라해서 더 잘 알고 있으란 법은 없겠으나 자녀구속 후 가정을 심방한 경찰관들에게 한결같이 『전혀 의심을 못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평소에 부모말을 순종해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공부만 열심히 하는 줄 알았다』고 경악과 당혹을 실토하는 공직자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거꾸로 「자식을 모르기는 부모가 으뜸」인 것만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자녀를 모르는 부모」-. 어쩌면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는 여기서 비롯되는 것만 같다.
대부분 공직자들은 입을 모아 평소 자녀들에게 『데모같은 것은 가담치 말라고 교육해왔다』『수시로 전화나 대화로 타일러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녀들이 부모의 말대로 「착실히 공부만 하는 줄」로 믿고 있었음이 경찰관에게 한 진술에서 드러난다.
건대농성을 보는 시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가담학생의 부모들이 자녀들의 동기와 행동과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에서는 공직자부모와 다른 직업의 부모가 모두 마찬가지로 보인다.
부모가 자식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식들은 부모의 타이름을 듣는체만 하는 가정에서 교육이 이루어질리 없다. 그리고 그것은 학교와 사회의 「교육부재」상황과 겹쳐 「세상에 존경할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젊은 시민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학교교육을 담당하고있는 교육자의 자녀가 공직자 자녀의 과반수(53명)를 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건대사태는 진압·처벌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수 공직자 자녀, 특히 교육자자녀들이 많이 포함된 사실 또한 한번쯤 신중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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