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칠지도는 조작품"|백제학술대회에서 김정학교수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충남대 백제연구소(소장권태원)가 주최한 제3회 백제연구국제학술대회가 7∼8일 이 대학 본부강당에서 열렸다.
「한·중·일 백제사료에 관한 검토」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엔 한·중·일 학자 15명의 연구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이자리에서 김정학교수(전고려대)는『일본 석상신궁에 소장된 칠지도는 조작품』이라고 주장, 관심을 모았다.
석상신궁의 칠지도는 표면에 34자, 뒷면에 27우의 한자명문이 새겨진 특이한 모양의 철제유물. 일본인들은 이것을 고대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던 물증이라며 황국사관에 이용해왔다.
즉 일본의『일본서기』「신공기」엔 신공황후52년에 백제 근초고왕이 칠지도·칠자경 각 1개와 여러 가지 보물을 바쳤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석상신궁의 칠지도가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김교수는『일본서기』의 이 기록이 윤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이보다 앞서 편찬된 『고사기』엔「횡도」및「대경」을 준 것으로 돼있는데『일본서기』에서 갑자기 「칠지도」 란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당시 나라 사이에 칼과 거울(경)을 우호의 선물로 주는것은 국제관례 였는데 칠지도와 같은 형태의 칼은 현재 한·중·일 어디에서도 출토된 바 없다.
김교수는 또 칠지도엔 태시(또는 태화) 같은 중국년호가 새겨져 있는데 백제는 국초부터 멸망할때까지 중국연호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 연호와『일본서기』기사를 맞춰봐도 연대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따라서『석상신궁의 칠지도는 백제인이 만들어 백제왕이 일본에 보낸것이 아니라 일본에서「일본서기」가 씌어진 8세기이후 일본인들이「일본서기」의 칠지도기사를 본받아 백제가 왜국의 속국이었음을 나타내는 징표로 만든 조작품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백제어의 일본으로의 동류현상을 검토한 도수희교수(충남대)는『지금까지 고구려어와 고대일본어와의 관계만을 주장해온 학설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학설의 근거가 되고 있는『삼국사기』구고구려 지명의 대부분은 그 본적이 백제 전기의 지명어 였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그런 착각에 빠진 것은 바로『삼국사기』에서 고구려가 백제의 북역을 완전장악한 이후인 장수왕대를 기준으로 판도를 작성한 김부식때문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