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다선 의원 중심인 원내 대책 회의에서는 박해충·황낙주 의원 등이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 만큼 이럴수록 국회를 열고 따져야한다』면서 국회를 보이코트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결국 우리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앞서 열린 확대 간부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
비주류의 이철승·김재광 의원 등도 『그러나 국회를 무조건 중단시켜놓고 내일부터는 뭘 어쩌겠다는 생각이 지도부에는 있는 것이냐』고 추궁.
그러나 박용만 의원 등이 나서 『저들이 의회 주의의 정도를 벗어나 이제는 계엄조치로까지 확대해가는 느낌인데 우리만 의회주의 운운하며 상임위에서 씨도 안 먹히는 소리나 해야겠느냐』고 해 정국 불참결정을 추인.
이어 보도진들의 접근을 일체 통제한 가운데 열린 의원 총회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으나 국회 보이코트 문제에 대해 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민우 총재=민통련 및 14개 노동 단체 해산, 민추 한광옥 대변인 구속, NCC 소속 목사에 대한 연행 조사, 민헌연 단식 등을 놓고 볼 때 현재는 계엄 선포시와 꼭 같은 위기 상황이다. 이 같은 비상 사태 하에서는 국회의 정상운영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늘 의원총회, 11일 정무회의, 13일 중앙 상무위를 소집해 시국의 중대성에 대한 당의 확고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김현규 총무=오늘 확대간부 회의와 원내 대책 회의에서 오늘의 시국을 비상사태로 규정한바 있다. 오늘 모든 상위를 중단하더라도 원내 전략 문제를 협의키로 했다.
당논으로 집약해야할 의견을 개진해 달라(회의 분위기가 무거운 탓인지 어느 누구도 선뜻 발언에 나서지 않자 홍사덕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첫 발언을 신청).
▲홍사덕 대변인=정부의 강경 조치는 신민당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빠뜨려 수족을 잘라낸 뒤 정권연장책의 일환인 내각제 개헌을 헌정 테두리 내에서 강행하려는 것이다.
민통련과 노동 운동 단체의 성격은 우리 당과 모든 부문에서 일치하는 것은 아니나 민주화라는 공통된 목적을 갖고있다.
민정당은 우리당의 입장을 밝히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개헌 문제 때문에 미뤄왔지만 서서 싸우다 죽느냐, 앉아서 죽느냐는 것은 이 시점에서 분명히 결정지어야 한다.
▲장기욱 의원=민주 단체에 대한 강제력은 형법상 범죄이며 우리는 이에 맞서 정당방위를 할 수 있다. 내가 만나 본 공안 검사들도 당혹해 했다. 평화적 데모와 합헌적 민주단체에 대한 현재의 탄압상황은 계엄하 이상의 기본인권 유린이다.
금주에 중앙 상무위를 열고 총재가 시국선언을 한다하니 이번 주에는 우선 국회를 공전시키고 주말에 다시 당론을 정하자. 학원 문제도 당은 대책위의 건의를 받아 결론을 내려야 할때라 본다.
▲안동선 의원=아시안 게임 이후에 오늘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되어왔다. 민추까지도 해산시키려 한다는 음모를 우리는 이미 알고있었다.
내일 정무회의에서 당론을 결정할 때까지 항의 농성을 하자. 민주 세력을 극단적으로 탄압하는 이 마당에 당 내부의 파괴 음모는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김정길 의원=지도부가 앞장 서서 당을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풍랑이 거세다 할지라도 항해를 멈출 수는 없다. 우리는 유성환 의원이 구속된 후 다짐했던 것처럼 국회를 투쟁의 양으로 활용해야한다.
살자고 나선다면 우리 모두 죽을 것이다. 민주화투쟁에 앞장서자.
▲김성식 의원=최근 일련의 사태는 자유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현법 질서를 정부 스스로가 파괴하는 것이며 장기 집권 음모인 동시에 내각제 관철음모다.
오늘 하루만 국회를 보이코트 할 게 아니라 그간의 정세를 관망하면서 이번 주말까지 보이코트하자.
▲김영배 의원=우리당의 대처 방안으로는 △정기 국회 및 예결위 보이코트 △의원직 사퇴 △서울대회 강행 등이 있다. 정부·여당이 신민당을 포함한 모든 민주세력을 압살하려는데 우리의 대처방안을 이 자리에서 결정해야한다.
▲김현규 총무=11일의 정무회의와 13일의 중앙 상무위에서 당의 최종 입장이 천명될 것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예견할 수 없으므로 의원들은 국회주변에서 비상 대기해 달라. <이하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