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릴 듯 말 듯한 여야 대표 회담|긴박한 정국에 숨통 트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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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국이 긴박감을 보이는 가운데 이민우 신민당 총재가 공식 제의한 여야 대표 회담이 열리느냐, 안 열리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사가능성 반반>
급랭하고 있는 정국에 대한 처방책의 일환으로 대표 회담이 거론되고 있으나 그 실현여부는 매우 불투명한 상태라는게 정가의 관측.
민정당은 대표 회담을 갖자는 신민당의 공식 제의의 수락 여부를 놓고 고민중인 실정.
민정당이 고민하는 이유는 대표 회담 자체가 신민당에 정국의 실마리를 푸는 명분을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측면은 있으나 결과적으로 신민당의 요구사항만 잔뜩 듣고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나버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
한 당직자는 『대표 회담을 통해 우리가 줄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게 대표회담의 성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털어놓고 대표 회담 결과 △신민당은 헌특에 참여한다 △재야단체 전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민통련 같은 좌경·용공 세력과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 는 정도는 나올 수 있어야 대표 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
그는 이어 『이러한 우리당의 방침은 신민당에 충분히 전해졌다』고 부연.
이춘구 사무총장은 『좌경·용공문제의 심각성 및 이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장 및 의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대표 회담의 필요성을 시인하면서도 『신민당이 곁으로는 대표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딴 얘기를 하고있어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
한 당직자는 『이제 비로소 신민당이 대표회담을 제의한 만큼 우리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성사가능성은 아직 반반』이라고 설명.
민정당측은 그 동안 정재철 정무 장관·이한동 총무를 내세워 신민당측과 대표 회담 문제를 상의해왔는데 이민우 총재가 『민정당이 하자고 해왔다』고 발설하는 바람에 내심 불쾌했다는 얘기.
이한동 총무는 11일 기자들에게 『우선 이번 주는 대표회담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
한편 일부 의원들은 좌경·용공 척결이 중요한 만큼 신민당측과 무조건 대화를 가져 그 실상과 심각성을 설득, 이해를 촉구해야 한다는 견지에서 대표 회담 개최를 희망.
의원들은 신민당이 중앙상무위·이 총재 기자 회견을 하고 나면 더욱 강경해질 것이기 때문에 대표회담을 하려면 지금 당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책무포기·공박>
신민당 불참으로 10일 국회상위가 공전된데 대해 많은 민정당 의원들은 『어느 정도 기다렸다가 신민당이 정 안들어 오면 그냥 밀고 나가야한다』고 주장.
이 총무도 『적당한 시점에서 선을 그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
10일 열린 상임위 간사단 회의에서도 『11일까지 기다려봤다가 안 들어오면 12일부터는 국민당과 함께 국회를 가동시키자』는 의견이 대부분이 였다는 것.
이와 관련, 심명보 대변인은『좌경·용공 단체에 대해 해산 명렴이 내렸다고 국회의원이 국회를 보이콧하면 국회 의원의 책무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공박.
그러나 민정당측은 신민당이 국회를 보이콧 하지는 않으리라고 분석.

<구체 복안은 없어>
대표회담을 제의한 신민당으로서도 회담이 열리면 무엇을 제의하고 요구할지 구체적인 복안은 없는 눈치다.
오히려 구체적인 결실보다도 대표 회담이 열리면 그 자체가 긴장 완화의 계기가 될 수 있고 새로운 전환의 시발이 될는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대표 회담이나 다른 변화 없이 예정대로 13일 중앙 상위, 14일 총재 기자 회견 등을 하게되면 강경한 목소리와 강경방침을 천명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다.
이럴 경우 당내 거의 대부분이 원치 않는 정면 대결의 길을 걷게 되고 오는 22일로 예정된 서울 개헌 추진 대회도 자칫 강행한다는 결론에 이르기 십상이라는 생각이다. 서울 대회 강행은 곧 파국, 또는 「회복불가능한」여야 관계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고 많은 의원들은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신민당으로서는 대표 회담을 가능한 한 빨리, 이 총재의 14일 회견에 앞서 이뤄지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관측통들은 대표 회담이 이뤄진다면 국회 헌특도 가동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신민당이 정국 전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개헌논의를 유도할 수 있는 헌특 가동이 전략상으로도 가장 유효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미 김현규 총무 등 상도동계를 중심으로 『무조건 헌특 참여』가 개진된 바도 있다.
신민당이 이러한 유화적 입장으로 나온다면 민정당으로서도 어느 정도의 성의표시는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깔려있는 것이다.
11일 『현안을 정면 추궁키 위한 관련상위 속개』결정은 얼핏 강경한 대응책인 듯 보이지만 국회불참을 10일 하루로 끝내겠다는 의미이며 아울러 여권을 향해 『국회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국회 비관안해>
11일 상오 S호텔에서 열린 신민당의 이민우 총재·김대중 민추협 공동 의장과 김영삼 상임고문을 대신한 최형우 부총재의 3자 회동은 민통련 해산 명렴 등 「굉장히 심상치 않은 시국」(이 총재)에 대해 논의했으나 원내 대책 및 정국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회피.
회동이 끝난 뒤 이 총재는 세 사람이 이럴 때일수록 더욱 공고히 뭉쳐 시국을 타개하는데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치기로 다짐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우리 당이 취할 태도는 정무회의·중앙 상무위 등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
이 총재는『김 의장은 어제 신민당이 취한 태도에 대해 「적절하고 잘한 일」이라고 논평했다』면서도 『오늘 이 자리에서는 국회 문제를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시치미.
이 총재는 그러나 국회 정상화 문제와 관련, 『오늘 당장 들어가기는 어렵겠지…』라고 여운을 두었는데 서울 대회 개최에 대해서는『김 고문이 돌아오는 대로 논의하기로 했다』고만 설명.
한편 최 부총재는 「시거」미 차관보의 방한 등 김 의장이 정국 전개에 관련한 국제적 흐름에 대해 박식한 설명을 했고, 이 총재도 할말을 다하더라』면서 『파국은 누구나 원치 않는 것이므로 국회 문제에 대해 그렇게 비관할 필요가 없다』고 회동 분위기를 간접 시사. 〈허남진·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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