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외교 정책 "재심" 상원 장악 민주당 첫 포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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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백악관이 외교 주무부서인 국무성 뿐 아니라 국방성과 해외비밀공작의 본산인 중앙 정보국(CIA)까지 젖혀놓고 인질 석방을 위한 비밀공작을 해온 사실은 워싱턴 정가에서 새로운 스캔들로 확대되고있다.
국무성은 「슐츠」장관이 이 사건에 반발, 사임할지도 모른다는 뉴욕 타임즈지의 보도를 즉각 부인했지만 국무·국방 양성관리들은 이 사건을 다룬 백악관 산하의 국가 안보 회의측 행동에 대해 대단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이번 중간선거로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이 사건을 통해 「레이건」행정부가 외교정책에 대한 의회의 감독권을 고의적으로 회피하려 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나섬으로써 백악관에 대한 첫 포문을 열었다.
의회 측은 이번 사건뿐 아니라 의회가 원조를 중단한 니카라과 반군에 대해 국가안보회의가 비밀리에 무기를 공급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는 상·하 양원 정보 위원회와 상원 외교 위원회가 참가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조사는 「레이건」행정부가 통일된 외교 정책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레이건」대통령이 부처간의 외교 이견을 수습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종전의 비판을 표면에 드러냄으로써 「레이건」행정부를 궁지에 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테러 문제에 관해 미국이 통상해 온 「비타협 정책」의 허구가 드러난 것 뿐 아니라 미국 외교의 주역인 「슐츠」국무장관과 「와인버거」국방장관을 거짓말장이로 만들어 버린데 있다.
「슐츠」국무장관은 지난 10월 아랍 외상들과의 회담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다짐했었다.
또 「와인 버거」국방장관도 최근 북경 방문 중 중공 지도자들에게 이란에 무기를 보내지 말라고 촉구했다.
아랍 외상이나 중공 지도자들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의 외교는 허위 투성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되는 것이다.
뉴욕 타임즈지는 「슐츠」장관이 이란과의 비밀 공작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았으나 세부사항은 몰랐으며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맥팔레인」전 백악관 안보 담당 보좌관의 테헤란 밀항사실은 「슐츠」뿐 아니라 「와인버거」장관도 모르고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번 리비아에 대한 허위 보도 스캔들에 뒤이어 나온 이번 사건은 미국외교의 공신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 틀림없다.
또 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레이건」대통령의 개인적 기호도 민주당 의회와 언론에 의해 심판대 위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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