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 무우·배추밭에서 썩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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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국종합=이동사회부】배추1포기 70∼80원, 무1개 40∼50원. 서울시장에서의 상품값이다.
산지 밭에서는 배추 1포기 10원, 무우1개5원.
김장채소값 폭락으로 전국의 생산농가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농민들은 무우·배추를 아예 밭에서 뽑지않고 썩이거나 내다 팔기를 포기, 뽑아내 팽개치기까지 하고있다.
올해보다 5배정도 비쌌던 지난해 값만 믿고 너도나도많이 심어 공급과잉에다 병충해등이 없어 전국적으로 대답을 보았기 때문.
공급과잉으로 값이 폭락하면 다음해에는 채소를 심지 않아 가격폭등으로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고, 그다음해는 또 많이 심어 농민들이 타격을 받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채소시장=7일상오1시쯤 경기·강원·충청·전라도지방에서 배추·무우등을 싣고온 화물트럭2백여대가 진을치고 있던 서울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채소값이 안정돼 있을 때는 대개 밤10시를 넘어서면서 물량이 도착하는대로 거래가 이루어졌으나 요즘은 새벽1시를 전후해 거래되기시작한다는 것.
거기다 채소값 폭락분위기예 편승한 중간상인들의 담합, 농간마저 끼어들어 값은 전날의 바닥세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배추l트럭에 10만원을 받았다는 한윤수씨(50·강원도철원군서면와수리1177).
『6일 하오10시쫌 도착해 여러 중간상들과 접촉했으나 결국 그 값밖에 받지못했다』며 『씨앗·비료·농약값·인건비등 영농비는 제쳐 두고라도 현지 상차비4만원, 운송비 6만5천원, 중개수수료(거래가의 8%) 8천원등 경비만도 만3천원이나 들어 발에 그냥 내버려 두는것보다 못했다』고 싣고 나온것을 후회했다.
무우는 상품이 개당 50∼60원선으로 지난해 2백50∼3백원의 5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원가추적=밭2천평에 무우·배추를 각각 1천평씩 심어 배추2만여포기, 무우2만2천5백여개를 생산한 이문섭씨(27·강원도춘성군)는 무우·배추 1트럭(3천개 기준)에 15만원을 받으면 영농·수송비·수수료 등을 합한 최소한의 원가에 미칠수 있다는 주장.
영농비로 배추는 1천평재배에 ▲씨앗(탐라)7작에1만5백원 ▲모종판설치비및 인건비 10만7천원 ▲비료(복합·요소) 10부대에 5만여원 ▲농약값 2만5천여원 ▲밭갈이(평당20원) 2만원 ▲그외의 인건·관리비등을합하면 30여만원이 기본적으로 들게돼 포기당 생산 원가가 최하 15원은 된다고 말했다.
거기에 출하경비로 ▲운임6만원 ▲상차비 4만원 ▲수수료 8천여원 ▲하역비 3천원등을 합하면 트럭당 값이 이같이 계산된다는 것.
그러나 이씨가 이날 배추1트럭을 판값은 겨우 11만원.
◇긴급대책=가격안정책으로 서울시는 7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산지농민과 소비자사이를 직접연결시켜 중간상들의 이윤 농간을 배제, 양쪽 모두 이익을 보게하고 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시행중.
이를 위해 각구청및 동사무소에서 음식점·종합병원·학교·아파트단지등 수요가 많은 곳의 신청을 받아 산지 관할도에 연락, 농민들과 소비자들을 연결시켜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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