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근로자 가족 생활수기 최우수상 장희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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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가난은 창피한건 아니지만 좀 불편한 것이군요. 이 기쁜소식을 남편에게 한시라도 빨리 알리고 싶었지만 국제전화요금이 겁나서 엊그제 편지를 썼읍니다.』
노동부가 주최한 해외근로자가족 생활수기 공모에서『김치바다의 꿈』 으로 5일 최우수상을 받은 장희영씨 (32·대구) 는 기쁨의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한다.
김장할 여유 조차 없어「김치바다」 에 빠져 허위적거리는 꿈을 꿀 정도의 가난을 헤쳐온 이야기로 상을 받은 장씨의 남편은 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 있는 대우건설 현장에서 목공으로 일하는 허우석씨.
12년전 고향 대구에서 만난 남편과 부모 몰래 서울로 도망해서 살기 시작한 이래 장씨가 해본 일은 손뜨개질·과자공장 직공·바구니짜기·액세서리 포장·우산꿰매기·야쿠르트배달등 일일이 헤아릴수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만삭이된 몸으로 밭에서 시금치단을 묶는일이 가장 힘들었다는 장씨.
게다가 남편과 장씨 자신 및 아들들이 종양·탈장등으로 수술받게되는 병마가 겹칠때마다 부모님께 불효한데 대한죄값이라는 생각에 더욱 괴로왔다고 말한다.
친정아버지로부터는 장씨의 맏아들이 5살되던 해에 용서받았지만 애지중지하던 외동딸의 가출로 노심초사하던 친정어머니가 끝내 숨지셨다는것.
요즘 장씨는 수출용여성잠옷포장일을 하고 있다.
12년간 가난과 싸우면서 「억순이」 라는 별명을 얻은 장씨의소망은 조그만 잡화점 주인이 되는것과 결혼 때문에 포기한 간호전문대학을 마치는것.<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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