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술과 정신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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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술은 왜 마시게 되는가. 불안해결의 도피수단으로, 또 자기파괴적 욕구가 음주로 표현되며, 심한 열등감과 책임감으로부터의 도피가 음주를 초래한다고도 한다. 술은 감정을 카타르시스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억제된 감정을 표출시켜서 때로는 일시적으로 노이로제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술꾼은 기분이 좋아도 한잔, 나빠도 한잔하는식으로 술마실 구실을 끝없이 만들어낸다.
그러나 슬마시기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악순환에 일단 빠지게 되면 거기에서 헤어나기 어렵고, 그결과 여러가지의 심리적 변화를 일으키게된다.
술꾼(상습적 음주자)들은 대개 다소간의 죄책감을 마음속에 갖고있다. 「이렇게 마셔서는 안되는데」하는 미안하고 죄를 짓는듯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죄책감을 잊기위해 또 술을 마시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어떤 새로운 문제에 부닥쳤을 때에 그 문제를 의논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해지는 것도 술꾼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들은 과대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자주보이며, 자기비난과 자책을 계속하며, 약속과 결심을 수없이 하되 그것이 지켜지는 법이 없다.
술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지고, 책임으로부터 회피하려는 경향이 심하며, 의지력과 사고력이 약해진다. 끝내는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황폐화되는 심리적 귀결에 이르게 된다.
술꾼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가 술에 대한 관심이다. 때로는 술마시는 자체보다도 어디에서 어떻게 마실 것인가에 더 관심을 둔다. 끊을수 없다는것을 잘 알면서도 자주금주를 시도하기도 한다.
둘째는 자신의 음주문제를 부정한다. 술마시는 이유를 합리화하여 자신은 알클중독이 아니라 과음할뿐이라고 변명한다.
세째는 지독한 자기혐오의 감정을 갖는 것이다. 이런 자기혐오의 감정 때문에 겉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심한 자기불신과 비하는 자살에 이르게하는 원인이 될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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