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음악·영화의 절묘한 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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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화는 역시 종합예술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오델로』는 이를 실감케 한다. 문학과 음악·영상이 한데 어우러져 또하나의 생동감 넘치는 예술작품으로 태어났다. 『오델로』는 너무도 잘알려진 「셰익스피어」4대비극의 하나. 인간의 원초적인 사랑과 증오·음모·질투·살인이 소용돌이치는 처절한 비극의 세계다.
「베르디」가 이를 소재로 걸작오페라를 완성한지(1886년) 꼭 1백년만에 「프랑코·제피렐리」감독이 다시 영화로 만든것이다.
「제피렐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베르디」의 음악을 수용해 한편의 새로운 영상예술로 재창조했다. 연극·오페라연출과 영화감독으로 일해온 그의 역량이 한곳에 농축된 셈이다.
영화 『오델로』는 영화특유의 아름답고 리얼한 영상과 빠른 템포로 전작의 극적긴장감과 성격묘사의 밀도를 더해준다. 「엔리오·과르네리」의 카메라는 주로 역광과 사광을 이용해 자칫 단조롭기 쉬운 화면을 웅강하고 입체적으로 이끌어나간다.
특히 주목되는것은 주조연을 맡은 성악가들의 연기력이다. 전문 영화배우 뺨칠 정도로 훌홀륭하다.
격정의 흑인총독 「오델로」역의 테너 「플라시도·도밍고」, 청순한 「데스데모나」역의 소프라노 「카티아·리치아렐리」물론이고 「이아고」역을 잘 소화해낸 푸에르토리코출신 베이스바리튼 「유스티노·티아즈」의 연기가 특히 돋보인다.
영화 『오델로』는 오페라무대를 그대로 화면에 옮긴 단순한 오페라영화가 아니다.
오페라에선 찾아볼수 없는 「오델로」와 「데스데모나」의 첫사랑장면이 2중창속에 회상신으로 펼쳐지기도 하고 「이아고」가 창에 질러죽는등 적잖은 부분이 첨삭, 영화적 형식미를 살렸다. 「제피렐리」는 이 영화에서 무학과 음악성보다 멜러적요소를 강조했다. 그렇게함으로써 일부 계층이 즐기던 연극과 오페라를 쉽고도 아름다운 대중의 예술로 승화·환산시킨 셈이다.
영화는 물론 오페라와 거의 똑같은 음악과 독창합창으로 이어지지만 관객들은 20∼30분만 지나면 곧이 영화가 오페라 영화라는 사실을 잊고 화면속으로 빨려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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