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층 붕괴…차기주자 차별화 촉발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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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여권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차별화 시도가 본격화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주간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6%로 취임 후 최저를 기록했다. 전주에 29%을 기록한 후 일주일 만에 3%포인트가 더 떨어졌다. 그동안 박 대통령 지지율이 29%까지 떨어진 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음주에 곧바로 30%대로 반등해 30%가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란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29%에서 오히려 추가 하락하는 그래프가 나타나면서 ‘콘트리트 지지층’이 붕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컨설팅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30% 붕괴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차기 주자들이 좀더 과감하게 제 목소리를 내더라도 청와대가 이를 통제하긴 힘들다.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정권 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차기 주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의 최근 행보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전 대표는 13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거론하며 “그동안 우리가 잘 대처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실패 책임자엔) 박근혜 정부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도 최근 연이어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창조경제’ 프로그램을 비판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수도권 의원은 “김 전 대표 본인이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할 시기가 왔다고 느끼고 있더라. 향후 핵ㆍ경제ㆍ인사 문제 등에서 적극적으로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싱크탱크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11월로 예정된 국정교과서 초안 공개가 비박계 후보들 입장에선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1997년 대선때 김영삼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2007년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과 충돌했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실패 사례처럼 여권 대선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마찰을 빚고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한 친박계 인사는 “대통령이 누구를 대통령이 되게는 못해도 누가 대통령이 못되게는 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며 “새누리당 차기 주자들 가운데 박 대통령을 등지고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주자들 가운데 독자 지지층을 확보한 인사들이 없기 때문에 누가 차기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박 대통령의 지원이 필수적이란 것이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집권 4년차(2006년) 4분기에 12%까지 지지율이 떨어졌다가 퇴임때 26%로 회복이 됐던 점에 비춰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의 고위 당직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 아들 모두 감옥에 다녀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형 건평씨와 측근들이 옥고를 치렀지만, 박 대통령은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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