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60엔 시대의 한국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의 엔화 환율은 앞으로 상당기간 1달러에 1백60엔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미일 양국정부는 지난 9월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나라 재무부장관이 갑작스레 회동한 이후 2개월간의 막후 교섭 끝에 지난달 31일 공동성명을 내고 세계경제의 성장 촉진, 불균형 축소 등 당면 세계 경제 문제의 공동 대처를 위해 협력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달러, 엔화 환율은 『현재의 기초적 제조건과 합치한다』는데 양국 정부가 의견의 일치를 보고 일본 쪽의 몇 가지 협력방안이 합의했다. 첫째 일본은 세제개혁을 통해 법인세, 개인소득세 등을 경감함으로써 경제성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둘째 추경 예산을 편성하여 내수를 진작시키며, 셋째 재 할인율을 현행 3·5%에서 3%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한편 미국도 재정 적자 축소·세제 개혁 등을 단행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촉진키로 했다.
이 같은 양국의 협력방안은 앞으로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직·간접적으로 그 영향이 파급될 것 같다.
우선 엔화와 달러화의 환율 문제는 구체적인 숫자까지는 제시되지 않았으나 현 수준을 미일 양국 정부가 합당한 것으로 인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야자와」일본 대장상도 『미국은 더 이상 엔고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양국 통화의 환율 문제는 양국정부는 물론이고 관변 이코노미스트들이나 재계 전문가들의 견해와 주장이 여러 갈래인 것은 갈 알려진 그대로다.
미국측에서는 대 달러 환율이 심지어 1백엔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었고 일본측 전문가들도 중·장기적으로 엔화 강세 추이 쪽 전망이 많았었다.
지난해 9월 개최된 G5(5대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이후 미일 양국간 최대 쟁점은 환율 문제였다 .
국제통화의 불균형을 시정함으로써 미국의 무역 적자를 축소하고 보호주의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G5였다.
그러나 G5이후 미국이 겨냥했던 대로 엔화는 계속 강세였고 1년이 지났으나 미국경제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1천5백억 달러에서 올해에는 2천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며 G5이후 엔화는 40%나 절상되었는데도 일본의 무역흑자는 작년 5백60억 달러에서 올해에는 8백억 달러 이상으로 흑자폭이 더 커질게 확실해졌다.
통화만으로는 미국경제를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없고 미국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낮은 생산성, 국제 경쟁력 등에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일본측에서 보면 엔고가 경제를 강타했다
어쨌든 다급해진 것은 미국이었다. 중간 선거(11월4일)를 앞두고 경제 문제 때문에 공화당의 고전이 예상되고 있는 요즘이다.
일본은 세제 개혁, 추경 예산 편성, 금리 인하의 카드를 제시하고 그 대신 환율 안정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환율 안정 없이는 내수 진작 등 경기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일본측은 강조, 미국으로서도 「선거전 대일 협상타결」이라는 상황에 몰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미일 환율의 안정, 금리 인하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미일간 잠정 합의된 환율 수준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지만 만일의 경우에도 엔고쪽으로 향할 것이 틀림없고 금리는 전후 최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유가도 유동적이기는 하나 큰 불안요인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3저」는 우리 경제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호기의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술 혁신 투자, 수입 대체, 수입선 다변화 등 노력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시책들은 더욱 더 강도 있게 효율적으로 밀고 나가야할 것이다.
그것은 고질화된 대일 무역 역조를 개선하는 길이고 우리의 일본 의존 경제 체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국제금리 수준과 물가안정을 감안할 때 저축증대에 치중한 나머지 경직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국내금리문제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