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한국 투자에 안성마춤"|4일 방한하는「외잘」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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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앙카라=홍성호 특파원】『터키에서 교과서처럼 여겨지고 있는 한국경제를 직접 가 보게 되어 기대가 매우 큽니다. 터키와 한국은 6·25를 통해서 피로 맺어진 형제 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서로 친밀한 민족감정을 토대로 하여 경제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고자 합니다.』
노신영 국무총리 초청으로 오는 11월4일부터 7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투르구트·외잘」터키수상(59)은 처음 방한하게 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80년 터키의 3번째 군사쿠데타이후 82년의「에브렌」대통령에 이어 터키수뇌로서는 2번째 방한이다.
1백60㎝정도의 작달막한 키지만 정력이 넘쳐 나는 검붉은 얼굴에 친근감을 주는 눈매가 그의 정치가로서의 수완을 엿보이게 한다.
28일 하오 터키의 63주년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한국기자들을 위해 관저에서 시간을 마련해 준「외잘」수상은 방한을 수주일 앞두고 한국전문가들로부터 틈틈이 브리핑을 받은 외에 대우의 김대중회장, 삼성전자의 정재은 부회장, 박성상 한은 총재 등 한국경제의 주요인사들을 초청, 한국실정을 직접 청취하는 등 경제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한국과 터키 두 나라가 서로 필요로 하는 분야의 합작투자 및 교역증대를 위해 70명의 대규모 경제인 단을 이끌고 한국에 간다는「외잘」수상은 터키가 83년 이후 자유무역 정책을 추구하고 외국인 투자를 완전 개방하여 한국으로서도 매우 훌륭한 투자대상 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이와 함께 내·외국인의 차별 없는 투자보장법을 마련했고 이즈미르·아다나·메르신·안탈랴 등 4개 해안도시에 자유무역 지대를 개설,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기도 하다.『지리적인 면에서 터키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중동과 유럽이 인근에 있고 소련을 포함한 동구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아프리카 또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거기에 5천2백만의 터키인구, 광활한 국토(78만 평방㎞), 지중해·혹해·에게해 등 3면의 중요 해상 등을 고려한다면 선진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들에 최상의 투자 입지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외잘」수상의 설명 외에도 터키는 아직 외부세계로 알려지지 않은 무진장한 관광자원과 비옥한 농토가 미개발상태로 버려져 있어「잠재력의 나라」라고 하기에 충분하다는 것.
「외잘」수상은 특히 터키가 동구 및 중동제국과 긴밀한 우호관계를 갖고 있어 기술선진국들이 이들 지역으로 진출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데 발판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잘」수상은 외국자본유치로 국내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BOT(Build Operation and Transfer)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 외국투자가들이 터키 내에 자본을 들여와 도로·교량·터널 등의 건설사업을 벌여 일정 연한동안 경영하고 나서 그 경영권을 터키정부에 넘겨주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외잘」수상은 터키가 갖고 있는 고 율의 인플레(연간40∼50%), 만성적인 국제수지적자(연평균 30억 달러), 10년마다 되풀이되어 온 군사 쿠데타 등 정치불안정 등의 취약점을 시인했으나 자신이 창당한 조국 당(ANAP)이 83년 집권한 이후로는 60년 역사를 갖고 있는 구 정당들의 병폐를 제거하여 국민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이상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4백 석의 단원제의회에서 2백8석을 확보하고 있는「외잘」수상의 조국 당은 83년과 85년 총 선에서 모두 승리했으나「테미렐」전 수상,「에체비트」전대통령 등 구 정치인들에 대해 92년까지 정치활동을 금지시켜 EC 등 서구로부터 인권 및 민주화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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