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경제질문|이재학<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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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정치분야 질문 때와는 달리 경제분야질문이 벌어진 27, 28일의 지난 이틀간 국회본회의 분위기는 허전할 정도로 맥이 빠졌다.
물론 집단퇴장이나 의원구속이 재발되어야 국회답다는 것도 아니고 여-야 의원들이 욕설이나 고함을 계속 주고받아야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분야 때와 비교해 의원들의 참석률이 뚝 떨어지고 그나마 상당수 의원들이 자주 자리를 떳으며 질문·답변이 진행되는 동안 오불관언 삼삼오오 잡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아무래도 볼썽 사나 왔고 보충질문도 단 한 건이 없었던 것은 잘 납득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상처도 있었고 일촉즉발의 위기감까지 감돌긴 했지만 여-야 의원 거의 전원이 질문·답변 하나 하나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미묘한 일체감까지 연출했던 정치분야 질문 때가 훨씬 국회다 왔다면 지나친 지적일까.
이런 현상이 3저 호황 속에 우리경제가 정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잘 돼 나가기 때문인가, 아니면 전반적으로 의원들이 정치현실보다 경제현실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질문에 나선 여-야 의원들은 모두 우리사회문제의 본질이 경제문제에 있고 성장의 그늘과 양지의 격차, 계층간·지역간의 불균형에 위기의식을 느낀다는데 목소리를 합쳤다.
이토록 치열한 문제의식을 갖고 경제의 본질적 중요성을 논하면서도 맥빠진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지만 경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말만큼 그 말에 체중이 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 경제정책을 둘러싼 정당간의 이해대립이 선명하지 못한데도 일인이 있는 것 같다. 적극적 지지계층의 성격이 불분명한 우리정당의 존재양식 때문에 특정정책이 정당의 사활로 연결되지도 않거니와 정치인의 관심도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분야 질문 때에 느낀「한기」로 움츠러든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지리 하시더라도 조금 참으세요』라는 이재형 의장의 안쓰러운 당부를 들을 만큼 우리경제가 지리 해야 할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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