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오르나 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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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 원유 가의 장래전망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국내 도입원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계속내림세를 보여 왔던 원유 도입단가가 9월 들어 배럴 당 11달러에 육박함으로써 한 달 전보다 2달러 가까이 높아진 것은 이제 겨우 변화의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동안 우리 경제에 크나 큰 악순환의 변수로 작용해 왔던 저 유가의 이득은 1년을 채 못 채우고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아직도 낙관적인 전문가들은 중기전망의 바탕에서 여전히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그래서 국제 원유 가는 당분간 약세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국제원유 분석가들은 이제 한자리 숫자의 기름 값 시대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난번 제네바 OPEC회의가 감산정책의 연장에 합의한 점, 겨울성수기를 앞두고 소비와 재고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멕시코·노르웨이·말레이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이 OPEC의 감산정책 유지에 동조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국제 원유 가는 단기적으로 상승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가 3·4분기이후 현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달러화의하락이 강세로 반전된 점, 일본·서독 등 서구경제의 내수중심의 경기회복이 가세할 경우 석유소비가 서서히 증대될 것으로 보아 국체 원유가격의 상승을 예견하고 있다.
물론 원유시장 전망에 대한 각각의 견해는 모두가 논리적 근거를 내세우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원유시장의 추세는 이 같은 시장분석이 언제나 정확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더 많은 경우 국제투기 가들과 시장외적 변수에 지배받아 온 점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때문에 우리 같은 절대수입 의존형 경제로서는 언제나 최악의 변수를 기본 가설로 삼아 정책방향을 세우는 일이 매우 긴요하다. 제네바 OPEC회의가 비록 첨예한 이해대립과 어려운 협의과정을 거친 잠정합의라 해도 감산정책 연장,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시장에 광범한 파급을 미칠 것이므로 원유정책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점에서 볼 때 우리의 기름정책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도 석유관련 기금의 운용과 에너지 가격정책에서 신중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내년 재정의 상당부분과 투융자 재원의 상당부분을 저 원유가격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재정계획은 이미 각계에서 지적한바 대로 너무 많은 불안정 요소를 안고 있다.
만약 국제 원유가격이 OPEC의 기대대로 다시 18∼20달러 선으로 재상승할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재정수입, 특히 원유관세의 대부분은 목표달성이 어려워진다.
이 경우 다른 보충재원이 모자라는 세입구조 때문에 적자재정이 될 우려가 높아진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들이 신중히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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