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난민의 아버지' 구테헤스 신임 총장으로 공식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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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13일(현지시간) 반기문 사무총장의 뒤를 이을 총장으로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총리를 공식 선출했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내년 1월 1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한다.

유엔 193개 회원국은 이날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총회를 열고 안전보장이사회가 추천한 구테헤스 전 총리를 제9대 사무총장으로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구테헤스 전 총리를 새 사무총장으로 추천하는 안보리의 결의안은 표결 없이 회원국들의 박수로 통과됐다.

구테헤스 신임 총장은 2005년부터 10년간 UNHCR 최고대표로 활동하면서 시리아·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난민 문제 해결에 힘썼다. 최고대표 시절 UNHCR 본부 인력을 3분의 1가량 축소하고 이 인력을 긴급구호 쪽에 배치했다. 또 부유한 선진국이 난민들에게 국경을 열고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당시 활동으로 그는 '난민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2013년 방한 당시엔 탈북자들이 북한에 강제 송환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송될 경우 처벌이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커 유엔난민기구 규약에 어긋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총리 시절인 1998년 낙태 허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일부 허용’이라는 당론에 맞섰다. 결국 투표율 미달로 국민 투표가 무산되자 그는 집권 사회당 안팎에서 강한 비난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의 깊은 신앙심은 난민에 대한 애정으로 연결돼 2001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최고의 난민 전문가로 거듭나게 했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분쟁과 테러 희생자, 인권침해를 받거나 가난과 불평등을 겪는 이들에게 봉사하겠다”며 “유엔이 통일되고 의견이 일치돼 세계 문제에 빠른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테헤스 신임 총장 선출과 관련, 반기문 총장은 “탁월한 선택”이라며 “(구테헤스가) 국제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인식과 살아있는 지성으로 중요한 시점에 와있는 유엔을 잘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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