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몇 푼의 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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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심교통난을 덜기 위한 정부와 민정당의「자가용 승용차 도심통행료부과 안건」은 먼저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
이 문제가 논의될 때마다 이런 발상은 공무원들의 머리에서 나오곤 했다.
도심진입 료를 받게 되면 재정수입도 늘어나고 진입 료 액수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진입억제 효과도 거둘 것이기 때문에 그 발상은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그것처럼 앞뒤 안 가린, 지극히 안일하고 편의위주의 관료적 사고방식도 찾아보기 어렵다.
도로를 넓히거나 도심기능을 분산시키는 등 정책수단은 외면한 채 차량은 무작정 늘려 놓았다가 사정이 급박해지니 고작 생각해 낸다는 것이 차 가진 사람들한테 돈 우려내고, 그 파급효과로 도심 교통난을 다소 해소하겠다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 발상을 한 사람들은 도심통행료 부과방안의 기초적인 어려움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서울의 경우를 보자.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를 도심으로 할 것인가.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돈을 받을 것인가. 도심 진입도로가 외국의 도시처럼 도로망이 갈 갖추어져 있다면 별 문제다. 서울의 도로는 대개가 도심과 연결되어 있고 이면도로 또한 수없이 많다. 이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로에 톨게이트를 일일이 설치해 운영한다는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설사 돈을 받은들 얼마만한 차량이 줄어들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는 실시 몇 달만에 폐지하고만 고속도로 휴일 할증제도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승용차를 굴리는 처지의 사람이라면 진입 료 부담이 무서워 차를 집에 두고 버스나 택시를 탈것 같은가. 지하철처럼 다른 쾌적한 교통수단이 산지사방에 뻗쳐 있다면 문제가 다르다. 택시 타기 어렵고, 비싸고, 버스에선 짐짝처럼 시달려야 하는 것이 오늘의 교통환경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교통문제만큼 어려운 것이 없는데, 어느 한가지 수단만으로 이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너무나 안일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도심교통이 폭주하는 것은 도심기능이 고밀 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무처가 도시 한복판에 모여 있고 업무를 처리하려 해도 도심엘 가야 되기 때문이다.
도심재개발사업을 촉진한 시책 탓으로 도심 빌딩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여의도 63빌딩의 예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이 빌딩에 모여드는 인구는 하루 5만 명이고 차량은 수 천대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도심에 고층빌딩 한 채가 들어서면 엄청난 교통량이 유발된다.
한편에서는 도심의 교통 수요를 폭주시키는 시책을 펴면서 드심 교통난을 돈올 받게 해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정책의 정신분열 현상이다.
서울의 도로비율은 16%에 불과, 동경의 그것보다 9%나 낮다. 교통신호체제만이라도 전자화 하면 교통소통 효과는 20%가까이 촉진된다는 전문가들의 권고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으나 무슨 영문인지 그것마저 지체되고 있다.
도심 교통난은 효과적이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종합해 동원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사람은 인구 1천만명의 서울로 모이게끔 해 놓고 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돈 몇 푼으로 막겠다는 생각은 늦기 전에 버리고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아 근본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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