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머 문제의식 억압되면 생명력 잃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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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TV드라머에 있어 자가의 「문제의식」이 일방적인 「저항의식」으로 간주 될 때 드라머의 획일화는 불가피해지며 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극작가 신봉승씨는 17일 한국정신 문화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 「TV드라머와 정신문화」에서 주제발표문『드라머 내용과 작가의 문제의식』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신씨는『작가의 문제의식이란「시청자들에게 주장하고싶은 내적 충동의 결과」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따라서 문제의식이 억압될 때 인간을 묘사하는「갈등의 예술」인 TV드라머는 그 생명력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인간의 삶은 희·로·애·락 등 감정의 총체임에도 불구, ▲방송 내외여건에 의해 기쁨이나 즐거움을 다룬 드라머만 계도성·공익성에 이바지하는 좋은 드라머로 ▲기존의 가치나 모순된 환경에 대한 분노나 슬픔을 다루는 드라머는 계도성에 역행하는 나쁜 드라머로 일방적으로 간주돼왔다고 지적했다.
신씨는『기쁨과 즐거움도 비애나 분노를 극복한 연 후에야 참된 것이 된다는 상식논리가 보호받을 때 방영중인 드라머가 갑자기 도중하차하거나 소재·주제가 사전 제약 당하는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며 그때 비로소 작가의 문제의식은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신씨는 이어 한때는 단재 신채호의 민족사관이나 개혁정치의 조광조, 위화도회군의 이성계, 동학의 전봉준 등이 TV 드라머에서 사라져야 했으며, 지금은 환영받고 있는「오염된 한강을 되살리자」는 드라머들도 70년대에는 금기됐다는 사실 등을 예시하면서 작가들의 문제의식은 언제나 현실을 뛰어넘는 예지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창출하는 기폭제가 돼야한다고 역설했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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