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스포츠한국, 르네상스는 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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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악으로 시작된 제10회 서울아시아경기대회는 환희속에 끝났다.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안은 한국이 일본추월의 기대가 중반들어 일찍 이뤄지면서 코리아 열기를 더욱 북돋웠다.
한국은 폐막 하루전 92-92로 중공과 극적 금메달타이를 이루어 또 한차례 흥분을 몰고 왔으나 결국 1개차로 아깝게 종합준우승에 머물렀다.
탁구의 중공 격파로부터 시작된 금메달 홍수는 복싱석권으로 멋지게 장식됐다.
한국은 4년전 뉴델리대회에서 28개의 금메달을 획득, 중공(61) 일본(57)에 크게 뒤져 3의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회에서 한국은 무려 93개의 금메달을 거둬들여 일본과 30개이상의 격차를 만들었다. 실로 엄청난 변화다.
당초 대한체육회의 목표는 금메탈 70개. 이 목표를 달성하면 일본을 5∼8개차로 앞설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 목표보다 23개, 무려 30%나 초과달성했다.
체조의 우승에서 자신감을 얻고 탁구에서의 잇단 감격적인 승리에서 불꽃을 피운 한국팀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 했으며 국민적인 열기를 타고 미처 상상할수 없던 괴력을 발휘, 육상 유도등에서 믿기 어려운 값진 개가를 올렸다.
끝까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중공팀 임원들이 실토한대로 한국스포츠의 성장은 하나의 경이로 받아들여질수밖에 없다. 어디서 그러한 힘이 나왔을까 한국선수단·임원들 자신도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이것은 88년을 향한 강한 의욕, 세계도전의 집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스포츠가 4년만에 이같이 엄청난 발전을 하게된 배경은 무엇인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집중적 투자라할수있다.
지난81년 창설된 체육부는 매년 각종목 88꿈나무를 육성해왔는데 이번 대회에서 크게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서 빛을 낸 탁구의 유남규 현정화, 양궁의 양창훈 박정아, 육상의 임춘애, 그리고 체조의 서선앵등 금메달리스트들이 모두 10대의 「무서운 아이」들로 꿈나무 계획에 의해 키워진 선수들이다.
이와함께 대한체육회의 집중적인 강화훈련이 주효, 괄목할만한 경기력향상이 이루어졌다는 분석이다. 체육회는 지난84년8월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서울아시안게임에 대비, 7백일간의 강화훈련을 실시했다. 외국인코치의 초빙, 스포츠과학의 응용, 그리고 해외전지훈련등 기량향상을 위해 힘을 쏟았다.
체육회는 이 기간동안 강화훈련비로 75억6천여만원(84년6억7백만원, 885년 38억6천만원, 86년30억9천2백만원)을 투입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따낸 금메달은 1개에 8천1백여만원이 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체육회의 강화훈련비외에 각 경기단체가 해외원정및 국내대회등에 투입한 경비를 더하면 금메달의 가격은 더욱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은 25개종목중 배구농구 조정을 제외한 22개종목에서 골고루 금메달을 따내 홈그라운드이긴하나 스포츠의 저변인구가 폭넓게 확충돼있음을 입증했다. 일본의 「안자이」 단장도 이같은 한국스포츠의 고른 발전에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역시 전증목에 출전한 일본은 금메달을 수영(17) 육상(11)에서는 대거 수확했으나 금메달분포가 절반도 안되는 11개종목에 국한돼있어 한국과 대조를 이루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메달레이스의 결과만 놓고 한국스포츠가 중공을 당장 따라잡을수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것은 속단이다.
중공은 이번대회에 25개종목중 복싱·볼링·태권도·승마·하키등 5개종목을 제외한 20개종목에 출전, 15개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한국이 중공의 불출전 5개종목 40개의 금메달중 26개를 빼낸것을 감안하면 다음 북경대회의 양상을 짐작할수 있다. 중공은 북경대회에서 태권도·볼링·승마·골프등 취약종목을 제외시킴으로써 한국 일본과의 메달격차를 크게 벌릴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이 종합준우승을 차지하는데 수훈을 세운 것은 복싱·양궁 태권도등 많은 금메달을 예상한 종목의 성공이라 하겠다. 이외에 육상을 비롯, 체조·탁구·레슬링·유도·펜싱·승마·역도·하키·요트등에서 목표를 크게 상회한 전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육상·체조등 이제까지 한국스포츠의 취약종목인 기본종목에서의 예기치 않은 금메달은 값진 수확이다.
한국 스포츠는 일본 제압이라는 숙원은 이뤘으나 연이어 다가올 88올림픽과 90년 북경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더욱 무거운 짐을 안고있다.
서울올림픽은 8년만에 처음 동서의 강호들이 대결하게돼 메달레이스는 어느 때보다 더욱 치열해질것이 뻔하다. 또 한국은 이제까지 아시안게임에서는 쫓는 입장에서 중공 일본의 협공을 받는 입장으로 상황이 바뀐것이다. 따라서 한국스포츠는 재점검과 함께 새출발의 자세로 더욱 피치를 올려야만 새로운 경쟁에서 이길수있다.<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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