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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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 특파원】 「나카소네」일본수상의 인종차별발언은 그의 지도자적 위치에 큰 변화를 예고할만큼 정치적 생애에 일대타격을 주고 있다.
「나카소네」수상은 3주일전에 발생한 「후지오」 망언으로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었을때 『이웃 국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그를 문부상자리에서 파면한 「전력」이 있으며 똑같은 이유로 자신의 실언에 책임을지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빠지고 말았다.
「나카소네」수상은 자신이 『인종차별이나 타국을 비판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그의 인종차별 발언 파문이 미하원의원들의 「나카소네」수상 비난결의안 제출로 확대되자 26일 『역시 이쪽(수상 자신)에서도 잘못이 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워싱턴에 있는 주미일대사관은 26일 ①대일비난결의안이 미의회에서 채택될 우려가 있으며 ②이 결의안 채택을 회피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내려달라는 긴급전문을 일외무성에 보내와 대미대응자세를 일변시켰다. 「나카소네」수상의 사과메시지는 27일 새벽(한국시간) 미국측에 전달되었다.
미국에서 대일비판여론이 높아지면 중간선거를 앞둔 「레이건」행정부의 지지기반이 무너지며 미일무역마찰로 부대끼고 있는 「나카소네」수상을 정치적으로 위협할 것임이 분명하다는 분석도 따르고 있다.
사회당은 「나카소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 『소수민족차별은 악의에 찬 중상이며 자민당 3백8석의 교만』이라고 주장했으며 공명당·민사당등도 수상의 발언을 가리켜 『모욕적이다. 무역마찰을 겪고있는 일본국민에게 또 하나의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고 공박했다.
심지어는 자민당내부에서도 「나카소네」의 책임을 요구하고 나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저하되고 있다.
「후지오」망언에 따른 대한사죄외교에 이어 최대우방인 미국에까지 사죄하는 큰 실수는 야심만만한 그의 정치적 생명을 단축시키는 불씨로 남아있다.
그가 임기를 연장하면서 최대과제로 내걸고있는 국철개혁법안등 산적한 문제해결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여·야당의 협조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수상의 「사죄외교」는 예측 불가능한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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