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 보내는 갈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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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5m, 2m, 1m.
온힘을 다해 헤엄쳐 들어오던 최윤희의 팔이 마침내 맨먼저 전자감응판에 닿았다. 수영에서의 첫 한국금메달.
우뢰와 같은 박수가 수영장을 메워터졌다.
2천여관중들은 중공과 일본이 판치는 수영경기장에서6년 국가대표 현역의 최윤희가 슬럼프를 뛰어넘어 금메달을 따내고만 그 정신력의 승리에 찬사의 한마음이었다.
2위 일본, 3위….10명의 선수가 순간에 차례차례 결승점에 닥쳐들었다.
관중들의 박수가 또 한차례 우뢰처럼 터진것은 그 중에도 최윤희보다 10여초나 늦게 맨꼴찌로 들어온 홍콩선수에게였다.
홍콩의 소녀도 관중들이 보내는 박수의 의미를 알았다. 물속을 나서며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어 「꼴찌에게 보내는 격려의 박수」 에 감사의 답례를 했다.
승자에 대한 축하와 찬사, 동시에 꼴찌에게도 따뜻한 격려를 보낼줄 아는 관중들의 여유와 아량, 그 성숙한 시민의식.
같은 시각, 2층 관람석.
외국 취재진 4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40대 중년 부인이 일어나 통로에 서 있는 자원 봉사원에게 다가갔다.
『경기장 안에서 담배를 태워도 되나요?』
『절대로 안됩니다』
중년 부인은 외국인들 곁으로가 서투른 영어로, 그러나 부드러우면서도 자신 있게 말했다.『노 스모킹, 히어』좌우를 돌아본 외국 취재진들은 『아임소리』 를 연발하며 붉어진 얼굴로 서둘러 담뱃불을 껐다.
잠시후 시상식.
빨강 저고리·노랑 치마 최윤희의 어깨까지 드리워진 칠흑같은 머리채 위에 아주대회2연패 금메달이 걸렸다.
국가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랑스런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작은소리, 소리는 공명을 일으켜 우렁찬 합창으로 장내를 채웠다.
오성기와 일장기가 번갈아 오르내리던 잠실 실내체육관에 처음으로 태극기가 오른 23일 여자1백m배영시상식.
성숙한 시민의식의 한국국민이 그 자긍과 아량과 매너에서도 금메달을 확인하는 날이었다.<도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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