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승부 떳떳이 겨루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제10회 서울아시안게임은 한국. 일본. 중공의 3파전. 아시아정상을 다투는 3강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중추절인 18일 상오 아시아선수촌 VIP라운지에서 한국의 김집(61)단장과 일본의 '안자이 미노루'(안제실. 74)단장, 그리고 중공의 '유안 웨이밍'(원위민 47)단장이 아시안게임에 대한 솔직한 의견과 견해를 나누었다. 중공의 '유안 웨이밍'단장은 이날 하오에 내한, 따로 한. 일 두나라 선수단장과 만난 뒤 본사 기자와 일문일답을 가졌다. 김한국선수단장은 "한국. 일본. 중공등 아시아 3대 스포츠강국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활발히 스포츠교류를 추진하면 북한도 88서울올림픽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안자이'단장은 "과거일에 대해서 한국민에 깊이 사과한다"고 전제한 뒤 "이번 서울대회를 통해 떳떳한 우정이것경쟁을 벌이자"고 말했다. 한편 중공의 '유안 웨이밍'단장은 "우리는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스포츠를 통해 아시아의 단결과 도약에도 기여할 것"를 다짐했다.
김집한국단장=반갑습니다. 우선 이번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대거 파견해주신데 대해 감사합니다.
'안자이'일본단장=스포츠를 통한 교류는 무척 바람직한 일이지요. 이기고 지는 승부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건 이를 통한 친선이 어린가 싶습니다.
정치 얘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과거의 일'에 대해 솔직히 사죄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단장=아무튼 이번대회가 한. 일 양국간의 우호증진의 가교가 되고 이를 계기로 양국이 좀더 '가까운 이웃'므로 발전하고 우의를 다지게 되길 기대합니다.
먼저 본론에 앞서 입촌 사흘째가 되셨는데 선수촌 생활은 어떻습니까?
'안자이'단장=우선 선수촌 시설이 너무도 잘돼 있는데 놀랐습니다. 그 동안 저는 LA올림픽등 국제적인 스포츠 제전에 7차례나 참가해봤습니다만 한국의 시설엔 훨씬 못미쳤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기장 시설 또한 놀랍기는 매한가지지요. 물론 64년 동경올림픽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한국인들의 머리와 능력만큼은 높이 살만 합니다.
김단장=그렇게 치켜세워주시니 고맙습니다. 지난 14일 김포공항 팍발사건이후로 선수촌안팎의 경비가 강화되고 출입또한 통제되고 있는데요. 행여 불편하진 않으신지요.
'안자이'단장=그점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실 염려가 없습니다. LA올림픽때는 더했으니까요.
다만 한가지 각선수단 수송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선수촌과 각연습장을 연결하는 셔틀버스 운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여간 고통스럽지가 않거든요. 어제만 해도 셔틀버스가 1시간이나 뒤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정작 체조선수들이 훈련에 큰 차질을 빚었지요.
이문제는 일본뿐 아니라 각 선수단의 한결같은 고충인 것 같습니다.
김단장=이제 본론에 들어가보지요. 많은 사람들이 우승은 단연 중공이 차지하고 한국과 일본이 2위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내다보는데요. '안자아'단장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안자이'단장=일본은 현재 70개안팎의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팀이 정예들로 구성됐다고는 하나 정부의 지원이 미흡한데다 이미 프로 스포츠에 팍 빠져버린 국민들의 성원또한 미덥잖아 그 어느 때보다도 고전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선수들에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메달경쟁은 솔직히 자신없습니다. 가뜩이나 한국이 주최국인데다가 새로 채택된 태권도(금8개)를 접어두어야 할 판이니까요.
김단장=저도 오늘 아침'승부에 구애받지 말고 후회없는 경기가 되도록 선전하자'고 우리선수들에 강조한바 있습니다. 역시 일본과 치열한 메달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는데 그중 유도. 레슬링등에서 일본과 힘든 싸움을 해야 할 입장입니다. 메달밭은 역시 태권도. 복싱. 양궁등이구요.
'안자이'단장=이 대회에 대비, 7백일 강화훈련을 실시해왔다고 들었는데 이에 따른 경비는 어떻게 충당하고 있는지요.
김단장=글쎄요. 경비염출은 대개 일본과 흡사해요. 국가보조에다 기업체 출연금등이 대종인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각연맹회장들이 협조가 대단해 별다른 고충없이 무난히 훈련을 마칠 수가 있었지요.
'안자이'단장=한국 기업인들의 애국심이랄까, 체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군요.
김단장=앞으로 이 대회를 계기로 양국간의 스포츠 교류는 물론, 좀더 확대해 한. 중. 일 간의 스포츠 교류가 보다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일본선수단 단장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자이'단장=좋은 제의입니다. 저도 평소에 같은 생각을 해왔습니다만 그런 계기가 이번 아시안게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중공측의 양해를 구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아시아의 3강이라할 한. 중. 일을 차례로 잇는 서울-북경-동경간의 삼각스포츠교류는 확실히 소망스러운 일입니다. 이일이 실현될 수만 있다면 남. 북한간의 긴장 완화에도 큰 몫을 해낼것으로 확신합니다.
북한이 스스로 나서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김단장='안자이'단장의 깊은 뜻을 알만 합니다. 모쪼록 이같은 여망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봅시다.

<전종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