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다야니 ISD 본격화…정부 예산 63억원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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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이란의 다야니가 제기한 투자자ㆍ국가소송(ISD)에 총력대응하기 위해 올해와 내년 예산 63억원을 편성했다.

6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의원실에 제출한 2017년 예산안 내역에 따르면 금융위는 국제중재 수행을 위해 올해 예비비 23억5700만원을 확보한 데 이어 내년 예산 39억480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9월 이란 가전회사 엔텍합의 대주주 집안인 다야니 측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다.

다야니 측은 엔텍합이 2010년부터 2년간 추진하다 결국 무산된 대우일렉트로닉스(현 동부대우전자) 인수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한ㆍ이란 투자보장협정(BIT) 상 공정과 공평한 대우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ISD를 제기했다. 다야니는 인수계약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은 물론 엔텍합이 2010년 냈던 계약금 578억원과 지연이자를 돌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다야니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관련 대응을 충실히 하지 못해서 패소할 경우 이를 사례로 다른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유사 중재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우리측 대리인으로 국내포럼은 율촌, 해외로펌은 영국의 프레시필즈를 선임했다. 프레시필즈는 영국 5대 로펌을 가리키는 ‘매직 서클’ 중 한 곳으로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는 곳이다.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 소요되는 로펌 비용만 총 43억7300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중재재판 진행을 위한 중재인의 보수와 관리비용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연간 약 3억6400만원에 달한다. 심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한국정부를 위해 다야니의 주장을 반박하는 서면 보고서를 작성하고 직접 증언에 나서는 전문가에도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드는 돈이 8억5800만원이다. 이밖에 동시통역비용, 구술심리 참석을 위한 여비 등이 소요된다.

ISD는 보통 최종 판정이 내려지기까지 3년 이상이 걸린다. 2012년 11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도 올 6월에야 최종변론을 하고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위는 다야니와의 ISD가 2018년까지는 진행될 걸로 보고 2018년에도 15억원 가량 예산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2010년 엔텍합을 대우일렉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그해 11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엔텍합은 인수대금의 10%인 578억원을 보증금으로 냈지만 이후 인수대금 마련에 차질을 빚으면서 잔금을 내지 않았다. 2011년 5월 채권단은 엔텍합과의 매매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 578억원을 몰취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채권단이 계약금을 돌려주되 엔텍합은 대우일렉의 외상 대금 3000만 달러를 갚으라는 조정권고안을 냈지만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2013년 대우일렉은 동부그룹에 인수됐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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