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라운드 협상과 개도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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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미 우루과이에서 오늘 개막된 GATT 각료회의는 분쟁과 이해대립으로 얼룩진 세계 무역질서를 재편성하려는 이른바 뉴 라운드 협상을 주 의제로 다루게 된다.
이번 각료회의는 지난 84년 총회에서 제안된 신 다자간 무역협상의 개시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인 만큼 우리도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세계 무역시장에서의 역할이 그게 늘어난 우리로서는 뉴 라운드 협상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이해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전망으로는 이번 회의가 뉴 라운드를 성립시킬지의 여부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한 선·후진국간의 이해대립이 격심하기 때문이다. 뉴 라운드의 핵심이 되는 이른바 서비스 교역, 지적소유권, 투자문제 등 새 교역분야에 대한 선진국의 강력한 포함요구가 개도국과 후진국의 이해와 정면으로 충돌되고 있고, 미국·호주 등이 주축이 된 농산물 보조금 규제문제도 EC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이 두가지 핵심 의제들은 모두 미국의 일방적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데다 정작 개도국의 관심사인 보호무역 완화는 뒷전에 밀려나 있다.
더우기 제안자인 미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입장을 굽히지 않음으로써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 회담에 앞서 미국의 「야이터」 무역대표는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번 회담에서 철수하고 그 대신 별도의 새로운 다자간 협의나 개별 국과 회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미국의 강경 입장이 먹혀들어 현재 제의된 몇 가지 제안 중 이른바 G-32안, 즉 서비스·지적소유권 등을 새 협상 대상에 포함시키되 보호무역조치의 동결 및 철폐를 약속하는 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있다.
이 같은 선진국 그룹 제안에 대해 새 분야 협상을 배제하고 일반상품의 무역자유화 문제만 다루자는 강경 개도국 그룹 제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거리다.
다만 우리로서는 이 같은 새 분야의 무역규제가 실현될 경우 기존 일반상품의 보호주의에 겹쳐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무역 이해가 이처럼 분명한데도 이번 회담에서 선진국 그룹과 공동보조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데서 우리 통상외교의 한계를 읽을 수 있다.
이번 각료회의에서 뉴 라운드 개시가 합의될 경우 개도국들은 새로운 서비스교역과 지적소유권 거래에 따른 엄청난 새 부담을 안게되는 반면, 조건부 약속인 선진국 보호주의 완화나 철폐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반대로 뉴 라운드 협상이 실패하고 대립으로 끝날 경우 선진국의 보복과 보호주의 강화는 불을 보듯 명백하다. 결국 우리로서는 이번 협상이 어느 쪽으로 결말나든 세계무역시장에서 새로운 시련과 부담을 맞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우리와 이해관계가 유사한 개도국과의 공동보조를 통해 선진국의 보호주의 완화와 철폐를 강력히 촉구하고 실현하는 한편 새로운 무역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제반준비들을 갖추어 가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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