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통념 정성으로 깼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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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기 당일 말들의 컨디션만 좋다면 우리팀이 적어도 2등은 할 겁니다.』지난 4일 입국해 과천 서울승마경기장에서 말들과 먹고 자며 대회를 기대리는 인도네시아 승마팀 여성마부 「레시카」양(27). 마부는 기수에 앞서 말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
『여자가 끼면 재수없고 위험하다』는 마부사회의 통념을 깨고 인도네시아 유일의 여성 마부가 된 그는 『말의 컨디션이 경기를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선수(기수)못지 않은 긴장과 응분속에 말들의 컨디션에 신경을 쓰고 있다.
3명의 암성마부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온 8마리 명마들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그는 아버지를 따라 6세부터 조랑말을 타기 시작, 기수로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고 있다.
『말 한 마리가 이번 아시안게임을 위해 수입한 이탈리아 건초를 싫어해 마장뒤에서 매일 물기있는 풀을 뜯어다 섞어 먹인다』는 그는 유창한 영어에 인도네시아 파트리잔대 축산과를 골업한 인텔리.
84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상오7시에 일어나 말들에게 아침식사를 먹이고 하오3시에 점심, 8시에 특식을 제공하며 자정쯤 말들의 기분을 최종 점거해 『말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면 말옆에서 자며 그들을 보살핀다』고 말한다.
그녀가 첫째로 손꼽는 명마는 올해 12살의 「가스코」군이다.
월 2백달러의 월급을 받고 있지만 영특하고 사랑스런 말에 미쳐 『말머니가 될 때까지 마부로 뛰겠다』는 그녀는 『통역과 전화사용이 불편했지만 서울승마장의 기타 설비는 훌륭하다』고 평한다.
김포공항옆 디스코장에서 여독을 풀기도 했다는 그녀는 아시아경기 관람밑 아시아승마협회 대회(10월1일)참석차 방한하는 아버지(인도네시아 섬유공학대학교수)와 어머니를 만나 서울여행을 할 기쁨에 들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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