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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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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번 해인사 전국승려대회는 엄연한 대승 출신이면서도 자기수행에만 급급한 소승적 삶을 살아온 한국불교가 그 동안의 모습을 일신, 본적을 되찾자는 새로운 몸짓이었읍니다』
9·7해인사 승려대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불교조계종 송월주 전 총무원장은 대회결의를 통해 표출된 민중불교 의식은 곧 한국불교의 원류인 대승불교사상과 중생구제불교에 대한 실천적 반성이지 전혀 새로운 사상도, 제3세계에 풍미하는 어떤 사조의 수용도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번 대회는 정권을 비호하는 호국불교의 모습을 반성하고 새로운 불교호국론을 제기하면서 과거 흔히 지적돼온 「어용」 의 인상과는 전혀 다른 승단의 사회정의 의식을 표출시킴으로써 불교계안팎의 주목을 모았다.
『8·15해방이후 처음으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정부와 사회를 향해 거종단적인 시국인식과 역사의식을 외친 목소리는 한국불교의 긍정적인 성장입니다. 불교계의 자주·자율화 염원은 80년 10·27 불교사태이후 거듭 심각히 인식돼왔지요. 』
월주스님은 불교관계 법령의 개폐를 강력히 요구한 대회결의는 우선 불교자율화를 가로막고있는 제도적 제약을 제거하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승려들의 인식은 최근의 국민적 원력인 「민주발전 여망」 과도 같은 맥락이며 유신체제이후의 현대사를 살아오는 동안 시국상황과 관련해 깊은 성찰을 해온 승단일각의 대승불교 사상에 대한 반조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다.
『중생의 병을 함께 앓을 수밖에 없는 유마고 거사의 대비심을 신앙실천의 지평으로 하는 대승보살행이야말로 불교의 본적이며 대자유의 열반 그 자체인 겁니다. 해인사승려대회가 흔히 구두적 선언이나 도피적 은둔으로 굴절돼온 불교의 신앙실천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불교의 호국은 국가·민족의 발전과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기도 해야하지만 정권차원을 초월, 중생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는데 본래의 뜻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승려대회가 선언적 의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실천의 행동과 함께 중생의 고통을 함께 하는 사회적 증언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제 한국불교는 사회과학적인 접근을 통한 교리의 재조명과 시대상황에 부합할 수 있는 교학 체계를 정립해야겠지요. 행동에 앞서는 이론정립이 아직 미진한 것도 사실입니다』
월주스님은 사회구제를 위해 투신하려는 행동의 첫 단계는 부단한 자기정화를 수반해야하며, 불교교리가 강조하는 사회정의실현은 어떠한 경우도 불교기본정신인 평화적 방법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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