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사 심야방문…사태급진전|외무부안팎 움직임과 일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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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일 낮 우리측의 공식입장을 통보 받기 위해 약속시간보다 5분 일찍 외무부장관 접견실에 도착한 「미카나기」 주한일본대사는 8일 상오 우리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을 전달받기 위해 찾아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예의 웃는 얼굴로 최광수장관과 잠시인사.
최장관이 『자주 만나 뵙는 것 같다』며 『피곤해 보인다』고 말하자 「미카나기」 대사는 『저는 괜찮은데 참모들이 좀 피곤하죠』라고 대답. 최장관이 『우리 재일동포가 2백만 명이 넘는 만큼 우리정부는 이들의 법적 지위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있다』고 하자 『잘되기를 바란다』고 짧게 응수.
25분 동안 한국측 입장을 전달받고 접견실을 나온 「미카나기」대사는 보도진들이 외무장관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된다는 사실에 대한 소감을 묻자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 이의에는 할말이 없다』고 말하고 『이번 결정으로 「후지오」파동이 해결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 라며 회피.
○…정부는 「후지오」 망언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입장을 전달받고 9일 상오 외무부차원의 잇단 실무대책회의· 외무부-총리실간의 협의 등을 거쳐 고위대책회의 등 각급회의를 잇달아 열어 이번 파문의 후속조치와 대응책 마련에 분주.
최광수외무강관은 이날 상오8시 민정당 정책협의회에 참석, 8일 밤 일본측의 공식통보내용 등에 대해 보고한 뒤 외무부로 돌아와 오재희차관· 박수길 제1차관보· 권병현 아주국장 등을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
최장관은 이어 9시10분 총리실로 올라가 노신영총리와 10분간 만나 대책을 숙의하고 곧
이어 장명관 의전장·권 아주국장과 함께 고위대책회의장으로 출발.
한 당국자는 일본측이 신속하고도 성의있게 답변해 온 것은 사태해결의 진전으로 평가하고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하고 『그러나 정부 내에서 아직 검토단계에 있는 만큼 일본측 통보내용에 만족이다, 불만이다 하는 입장표명은 어려운 일』이라고 피력.
이 당국자는 또 일본측에서 비교적 신속한 답변을 해온 만큼 우리정부측의 입장표명도 오래 끄는 것은 현명치 못한 것으로 본다며 오늘 하오까지 「미카나기」(어무) 주한일본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우리정부입장을 통보하게 될 것이라고.
○… 「미카나긴 주한일본대사에게 우리 정부의 강경방침을 전달한 8일 외무부는 온종일 긴박한 분위기.
이날 하오 6시쯤 「후지오」 문부상이 일정부와 자민당수뇌회의 석상에서 사임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오자 한때 어두운 분위기.
그러나 9시쯤 주한일본대사관을 통해 「실무진차원」에서 「후지오」파면사실이 비공식으로 전달되자 외무부 관계자들은 활기를 띠며 일단 안도하는 표정들.
이때까지 청사에 남아있던 오재희차관과 박수길 제1차관보, 권병현 아주국장 등은 L호텔의 최장관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잇따라 구수회의를 갖는 등 대응책 마련 등에 분주.
이 과정에서 우리정부는「후지오」파면조치에 대해 △한일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겠다는 「나카소네」 정부의 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 「나카소네」 수상의 방한등 당면일정을 정상화한다 △일본이 진사사절을 보낼 경우 이를 접수한다는 기본방침을 마련했다는 후문.
외무부관계자들은 우리정부의 강경 대응방식에 일본정부가 비교적 신속하게 회담해온 것은 두 나라의 기본적인 「큰 방향」(권아주국장)에 있어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하고 「외교적인 매듭」 은 일단 풀린 것으로 보면서도 달아오른 국민감정의 해소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인 태도.
○…9일 아침 민정당사에서 최광수 외무장관을 참석시킨 가운데 열린 「후지오」 일본문부상의 망언에 대한 당정대책회의에서 민정당의원들은 「후지오」의 파면으로 문제가 끝날 수 없으며 근원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토록 정부에 촉구.
이진의원은『 「후지오」가 처음 망언했을 당시 정부의 대일항의강도가 약했기 때문에 재발된 게 아니냐』 고 따지고 『총선 압슴으로 고조되고 있는 군국주의 부활 속에 의도적으로 계산된 망언이 아니냐』고 지적.
장성만 정책위의장은 『국민의 자존심이 이번 망언으로 극도로 훼손됐다』 고 했고, 양창식 교체위원강은 『신군국주의 대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이냐』 고 추궁.
최장관은 이에 대해 『「후지오」문부상은 일본의 복고주의자들의 대변 역을 자임하고 나선 듯한 인상』이라면서『일본언론의 보도를보면 자민당내의 양상이 복잡한 관계로 「나카소네」 수상의 지위약화를 노린 발언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고 분석.
최장관은 『정부는 일본의 복고주의적 무드를 예민하게 관찰하고있다』 면서 『 「후지오」 문부상의 동조세력이 있는데 이들 중에는 불행하게도 우리와 가까운 사람도 있다』 고 지적. <고도원기자>
○… 「후지오」 망언으로 날벼락을 맞은 일본 외무성은 대한외교스케줄 조정에 진땀을 홀리고있다. 8일밤 11시2O분 「구라나리」일본외상은 외무성에서 이규호주일한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외상회담의 개최를 희망하는 뜻을 전달했다.
한편 「나카소네」 수상은 9일 상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후지오」의 파면에 언급
,임명권자로서 『반성해야 한다』고 자책의 한마디를 던져 방한을 앞둔 그의 심정의 일단을 피력. <동경=최철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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