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외상회담 예정대로|내일 동경서 정기통고 하루만에 번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는 9일 일본 정부의「후지오」(등미정항)문부상파면과 유감표명 등의 조처에 따라 「후지오」망언사건을 외교적 차원에서 일단락 짓기로 결정, 일단 연기시켰던 제1차 한일정례외무장관회담을 당초 예정대로 10일 동경에서 열며「나카소네」(중증근강홍)일본수상의 오는20일 방한도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최황수외무장관은 10일 상오 일본에 가서 외무장관회담을 갖고 11일에는「나가소네」수상을 예방, 한일신시대의 협력과 우호에 역행하는「후지오」망언같은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같은 조기 수습책은「나카소네」수상이「후지오」망언에 대해 취한 일련의 조처가 이번 사건으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조속히 매듭지어 양국간의 기존관계를 유지·발전시키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성의와 노력의 표시라고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 당국자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부 국민이 이번 결정에 불만을 가질 수 있고 국민감정 차원에서도 후련하지 않은 부분이 있겠으나 양국관계나 국익이 단순한 감정에만 흐르는 일이 없도록 최장관이 외교적 판단에 따라 책임지고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입장은「후지오」망언으로 인한 반일 감정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국내여론이 정부입장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최장관은 이날 낮「미카나기」(어무청상) 주한일목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이 같은 우리정부의 입장을 통고했다.
최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번「후지오」발언에 관하여「나카소네」수상이 취한 조처를 우리 정부로서는 성의 있고 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하고 제1차 한일정기외무장관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최장관은 또『우리 국민의 자존심과 감정을 자극하고 한일양국관계에 영향을 주는 이번과 같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일본정부가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을 엄숙히 촉구한다』고 말하고 『이번의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양국관계는 호혜평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더욱 착실히 발전시켜 나가는 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장관은 한일외무장관회담과 관련,『「후지오」망언으로 양국간에 분규가 발생하고 국민감정이 고조되는 분위기 하에서는 개최여건이 안될 뿐 아니라 개최하더라도 유익한 성과를 얻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이의 연기를 통보한 바 있으나「후지오」발언문제가 일단락 됨에 따라 산적한 한일현안문제를 포함한 양국관계를 조속히 해결키 위해 예정대로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미카나기」대사는『한국에서 조속히 검토해 회답해 준데 감사한다』고 말하고 『일본정부는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최장관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우국간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은 빨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이번 사태에서 우리정부는 일본정부에 대해 명쾌하게 요청할 것은 요청하고 받아낼 것은 받아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